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천둥소리 (A Sound of Thunder, 2005)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2. 11.

본문

  연출은 저렴하나 특수 효과만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특수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정도는 아닌데, 순간 순간 터무니없이 싼티를 풍기는 장면들이 쏟아져 당혹스러움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특히 탐사대원들이 처음 백악기로 돌아가서 공룡을 맞닥뜨리는 순간처럼 어안을 벙벙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웜홀과 시간파의 엉성한 구현 역시 흡사 예능 프로그램의 과장된 자막처럼 입혀져 있다. ① 없느니만 못한 사족인데다가 ② 불쾌할 정도로 거슬린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말해 요즘은 TV 시리즈물의 특수 효과도 이보다는 훌륭한 경우가 많다. 8천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무색할 정도다. 8천만 달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뜯어봐도 크게 돈 들어간 부분은 없어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계산기를 두들겨보자. 약 10여년 전 '타임 캅(피터 하이암즈, 1994)'에 2천 7백만 달러가 들어갔다. 10년이라는 세월과 물가 상승률 및 한층 사치스러워진 관객들의 안목을 감안하더라도 8천만 달러를 들인 결과가 이 정도라는 결과는 쉽사리 납득하기가 어렵다. SF가 아무리 제작비의 블랙홀이라고는 하지만 '매트릭스(워쇼스키 형제, 1999)'에 6천3백만 달러가 들어갔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스티븐 스필버그, 2002)'에 1억 달러가 들어갔으며 '페이첵(오우삼, 2003)'에 6천만 달러가 들어갔음을 감안하자면, 단순히 예산 부족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돈 이전에 근본적으로 결여된 것들이 있다. 그래서 결론. 그냥 못 만든 작품이다.

 

  그냥 못 만들었으면 그려려니 하겠건만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을 가져다가 못 만들었으니 괘씸죄를 피해갈 길이 없다. ("죽을려면 그냥 혼자 삼진 먹고 죽을 것이지 왜 어설프게 건드려 땅볼을 쳐가면서 기어코 병살을 만드는지!" 뭐, 이런 느낌이다.) 그 병살 한방에 피터 하이암즈의 커리어도 완전히 꺾여버렸고 대배우 벤 킹슬리의 이미지마저 예전보다 몰라보게 만만해졌으니, 결국 '나비효과'가 작품 안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닌 셈이다. 

 

(2009년 2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