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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 (The Other Boleyn Girl, 200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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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유년기를 지배했던 그 아름다운 물음으로부터 도망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 슈퍼맨이랑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터미네이터와 람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학주와 교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셜록 홈즈와 괴도 뤼팽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장 끌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성룡과 이연걸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주윤발과 유덕화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존 맥클레인과 잭 바우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형사 콜롬보와 탐정 데릭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츄바카와 빅버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후레쉬맨과 바이오맨이 (태그 매치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드와이트 슈르트와 앤디 버나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등. 그리고, 여기 그 끝내주는 결정판이 있다. 모두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Hot Girl'이라 평가되는 스칼렛 요한슨과 기준 부피당 Hot함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짧음의 숨막히는 매력이라니!) 나탈리 포트만이 자매가 되어 돌아왔다. 유전학적 개념에서 '장화, 홍련(김지운, 2003)' 이상으로 불가능한 조합의 초미녀 자매들이다. 그것도 헨리 8세와 볼린 자매 이야기다. 절세 미인들이 등장하고 절대 권력이 등장하며 피비린내의 파국으로 예정된 - 세계 역사상 가장 Hot한 이야기중 하나다. 헨리 8세는 본디 그 인생 자체로 광기의 옴니버스물 몇 편을 연속상영하는 꼴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부분을 하나 고르라면 역시 앤 볼린 스토리다. 앤과 메리 자매는 Hot과 Crazy가 언필칭, 정비례하기 마련이라는 비키-멘도카 이론(CBS의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에 등장한 Hot(섹시)과 Crazy(광기)는 대개의 경우 정비례 하기 마련이라는 설명)에도 부합한다. Hot에 다시 Hot을 다시 곱하고 Crazy에 다시 Crazy를 곱한 더블 샷이다.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한데 실제로보면 더더욱 숨이 막힌다. 左 포트만 右 요한슨의 혼을 빼놓는 파상공세 속에서 에릭 바나가 제정신으로 (아무리 헨리 8세가 제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지만) 이 짧은 구운몽의 촬영을 무사히 끝마친 것은 진실로 대단하고 용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영국 시대극을 비영국인 배우 셋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인상과 억양을 비롯 좀 생경한 부분이 없지야 않다. 그러나 나타샤 멕켈혼과 조디 메이, 그리고 자레드 헤이스의 2003년 영국인 배우 조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맛이 있음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뭐, 같은 원작을 두고 이렇게도 만들어지고 저렇게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바로 재미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고. 하물며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마리 앙투와네트(소피아 코폴라, 2007)'처럼 18세기 프랑스 한복판에 뜬금없이 미국 소녀 하나를 달랑 떨어트려 놓은 듯한 작품도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까탈을 부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200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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