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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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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읽힐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첫째는 일대기형이라는 작품의 성격을 감안하여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특수한 개인의 정복욕으로 일단 범주를 한정하는 독법이다. 둘째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소름끼치는 행위로부터 인간의 본성을 읽어냄으로써 인류의 정복욕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경우다. 마지막 셋째는 이 작품의 개척과 석유와 기독교라는 코드의 이면에 숨겨진 은밀한 부분을 긁어냄으로써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복욕을 표적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상의 세 가지 경로는 사실 구분이 무의미할만큼 긴밀하게 연결되고 수없이 중첩되어 있다. 다만 흥미롭게도 뇌관만큼은 정교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첫 번째 독법을 따르지면 가장 많은 기폭물이 응집된 부분은 다니엘과 아들 H. W. 플레인뷰(딜리언 프레이져)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 씬이다. 석유 재벌과 석유로 빚어내어 석유를 발라가며 키운 아들 간의 돌이킬 수 없는 충돌과 소통의 단절은 노쇠한 몸뚱이에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다니엘의 탐욕 교향곡의 정점을 찍기에 손색이 없는 부분이다. 항상 다니엘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가족적인 사업'이라는 선언, 그 모순의 끝이 어디에 닿아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반면 두 번째 독법을 따르자면 플레인뷰가 목사 일라이 선데이(폴 다노)에게 당한만큼 앙갚음하는 볼링장 엔딩 씬에 이르러 비로소 화력이 정점에 달한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다니엘이 송유관을 얻고자 거짓 신앙을 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목사 일라이 또한 교회의 개척 자금을 얻고자 믿음을 파는데, 프론티어라는 정신과 하느님이라는 종교, 두 가지 모두가 눈 먼 정복욕의 산물에 불과했음을 폭로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로써 암시되는 세번째 독법의 가능성은 윌리엄 밴디의 농장에 8인치 송유관을 설치하는 장면으로 구체화된다. 열심히 인근의 땅을 사 모을 무렵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다니엘은 이 농장을 무관심하게 방치했던 것인데, 후일 이 농장이 석유 운송에 있어 지정학적 가치를 지니자 뒤늦게 집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흡사 중동석유자원의 확보의  핫 스팟을 돌러싼 '아프간 송유관'의 논란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소련의 철군 이후 무려 7년 동안이나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이 지역을 무관심하게 방치했다. 하지만 이후 이 지역이 석유 운송에 있어 가치를 지니게 되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딕 체니는 '할리버튼'의 회장이었고 콘돌리자 라이스는 '세브론'의 이사로 재직했으며, 리처드 아미티지와 잘마이 칼릴자드가 모두 '유노칼'의 로비스트였던 '석유회사 회전문 행정부'의 수장 조지 W. 부시는 2기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임무가 현재 미국의 사명입니다." 그렇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사명만이 아니라 파이프라인도 있었는지 모른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미국에게 석유는 피보다 진하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그 곳에는 보혈이 아닌, 석유가 있다.

(200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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