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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더 다크 월드 (Thor: The Dark World,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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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난하게 만들어졌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랍고 새로운 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개는 어디서 백 번은 보았을만큼 전형적이고 인물들도 빵틀로 찍어낸듯 단순하다. 게다가 토르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엔싱크로 치면 크리스 커크패트릭이요, 백스트리트 보이즈로 치면 A.J. 맥린이 아닌가. 그룹 멤버들과 함께 뭉쳐서 나오지 않으면 크게 위압적이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흥행 성적이다. 재미도 없었고 재미도 못봤던 전편을 능가할 것은 이미 예측되었으나, 묠니르로 박스 오피스를 때려 흔들 정도일 줄이야 몰랐다. 어떤 면에서는 이 정도로 화제가 되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팬심으로야 순전히 나탈리(♥) 효과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전작에도 그녀는 출연했으니 그럴 수야 없고. 아무래도 역시 세간의 지적처럼 역시 '어벤저스(조스 웨던, 2012)'의 푸쉬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이언 맨(존 파브로, 2008)'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반복하면서 무섭게 그 파괴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올해 초 아이언 맨이 돌아왔고 내년에는 다시 캡틴 아메리카가 돌아올 것이며, 그 이듬해인 2015년에는 두 번째 어벤져스 작품이 개봉할 예정이다. 코믹스 매니아들은 설레일 것이고 마블과 디즈니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순간 착잡한 기분인 것은 TV 시리즈 '에이젼츠 오브 쉴드'를 호기롭게 올 가을 라인 업에 포함시켰다가 파일럿 이후 7주 연속 시청률 하락에 허덕이는 ABC 뿐일 것이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필름 프랜차이즈는 유례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사이의 세계관을 공유하여 더 큰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이제까지 있지도 않았거니와 있을 수도 없었다 (뭐? 프레디 대 제이슨? 에어리언 대 프레데터?). 그만큼 코믹스에서부터 원체 멀티버스가 잘 짜여져 있는 컨텐츠였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전략적으로 돈을 몰아서 뿌리는 면도 없지 않다. 지금부터 5년 동안 일 년 평균 두 편의 마블 히어로물이 개봉하는 동시다발적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이쯤되면 단순히 대중의 요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인지 시장의 의지가 대중을 좌지우지한 결과인지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코믹스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다소 지치는 면도 있다. 우선 언급한대로 양적으로 방대해 압도당하는 부분이 있고 내용적으로 선명한 선악 갈등과 단선적인 구조가 그리 큰 반향을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근래 사랑받는 영웅/반영웅들을 보면 다분히 병적이고 회색적이고 시규어로스적인데, 그에 비하면 (애어른) 아이언 맨을 비롯하여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꽤 순수하고 천진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토르는 건전하고 건강하며 순박하기까지 하다.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트라우마 워크샵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보는 이들을 비쥬얼로는 압도할지언정, 이야기로 매료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런 생각이 마블을 비롯한 코믹스 세계에 대한 나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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