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콩단의 아홉해를 맞이하여

  온라인 세상도 오프라인 세상과 똑같다. 활달한 사람의 아이디가 있고 소극적인 사람의 아이디가 있다. 지난 9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그게 백퍼센트 자신의 모습은 아니다. 실제로는 진지하고 과묵한 성격인데 온라인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덜렁덜렁한 성격인데, 온라인에서는 꽤 조리있고 사려깊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성격이 완전 똑같은 사람도 있으니, 바로 여기 기면중(嗜眠中)씨가 바로 그 예에 속한다고 하겠다. 현실에서도 기면중씨는 인간관계의 극단적 축소를 통해 무(無)를 넘어 해탈(解脫)에 경지에 이른 양반인데, 온라인에서 역시 상호 활발히 친분을 쌓고 소통 교류하는 다른 블로거들과는 달리 ‘나홀로 독고다이 인생’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엔 그가 먼저 남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우선 이름, 아이디, 사진, 블로그명, 포스트명 등 모든 면에서 그다지 ‘클릭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가설(假說)도 있다.

  그 증거로 제시할만한 것이 있다. 기면중씨는 지난 2007년 3월 사람 많고 사이 좋기로 유명한 C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삼일동안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보통 이 영광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일주일간 급격한 방문자 수 증가 및 댓글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과연 기면중씨의 경우에는 어땠을까? 그의 동의를 얻어 일차적 인터뷰 조회수 결과를 확인하였다. 이는 C사이트의 메인페이지에서 기면중씨가 소개된 인터뷰 페이지를 조회해 본 이용자들의 수를 의미한다. 참고로 이용자가 인터뷰를 클릭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을 판단 근거는 이름과 블로그명, 단 두 가지 뿐이다. 최근 소개되었던 27명의 조회수 목록은 표 1과 같다. 계산 결과에 의하면 C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인터뷰가 소개되는 것은 평균 7365명의 조회를 유발한다. 물론 우리는 여성 상위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남성 블로거의 평균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고 여성 블로거의 평균은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 허나 기면중씨의 조회수는 남성 평균의 반에도 못 미치는 3034회로, 인터뷰의 영광을 누린 27명 중 26등이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정보만큼을 공개하여 소개되었음에도 그 정도에 그쳤다는 것은 기면중이라는 이름, 아니면 낙농콩단이라는 블로그명이, 혹은 그 모든 요소들이 융합되어 '어쩐지 클릭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표 1. C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게재된 블로거 인터뷰 조회수, 최근 27명 ]


[표 2. C사이트 인터뷰로 말미암아 실제 블로그로 유입된 방문자의 순 증가율, 최근 27명 ]

  다음 표 2는 인터뷰 조회 이후 실제 블로그로 찾아 들어온 방문자의 순 증가율이다. 이 결과에서 역시 기면중씨는 14%를 기록, 가장 방문자를 유도하지 못한 블로거 중의 하나로 꼽혔다. 이는 이름과 블로그 명이 매력적이지 않았을 가능성 외에도 인터뷰 내용이 형편없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조회자들에게,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클릭하여 내용을 읽어볼만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뜻일 게다. 또한 이상의 결과는 기면중씨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상에서도 사람들과 담을 쌓고 <날 건드리지 마쇼> 라는 분위기를 내뿜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데 아주 적합한 자료인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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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7월 27일은 온라인에서 내가 이 쓸데없는 짓을 시작한지 9주년이 되는 날이다. 몇 번 뒤엎기도 하고 몇 번 포기하려고도 해보았던 것이 어느새 9년이다. 첫 삼년을 비록하여 많은 기록을 날렸지만 그만큼 쌓이기도 많이 쌓였다. 아홉해나 포기하지 않고 이 미친 짓을 해왔음을 높이 산 래리 킹은 나를 자신의 토크쇼에 불렀다. "대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持論)은, 내가 아홉 해동안 글을 구상하고 써가며 쌓아낸 개똥철학과도 나름 통하는 면이 있다. 래리는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앞으로 아홉 해 동안 더 글을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 꿈은 일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대망의 1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7월 27일에는 앞으로 십 년동안 더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싶다고 대꾸할 생각이다. 다음엔 열한 해, 그 다음엔 열두 해, 쓰는만큼 더 쓰고 싶어지고, 쓰는만큼 욕심도 늘어나는 것이 글인가 한다. 지금은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그렇게 차근차근 나가다보면 언젠간 지금보다 나아지는 날도 오겠거니 한다. (20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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