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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즈 앤 폴 오브 정자 보이즈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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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정자 보이즈'는 '저지 보이즈'와는 별 상관이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남자 네 명이라는 정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출신의 소년들로 이루어진 이 그룹은 주위 사람들의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프랭키 밸리를 연상시키는 리드 보컬의 팔세토 보이스와 멤버들간의 환상적인 화음은 그들을 '한국의 더 포시즌스'라고 불리게 만든 이유가 되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보통 '한국의 무엇'이라는 해괴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보다 몇만배는 더 끔찍한 K-모시기'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이들이 웨딩업계 성수기에 불러 일으킨 두왑 열풍은 뜻밖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포시즌스 호텔에서 부른 축가가 유튜브에 업로드되면서 누적 조회수 10만건이 넘어가면서 이들을 찾는 신혼 부부의 수가 폭증하였고 결국 3월에서 5월 사이에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귀하신 몸이 된다.

 

  이들의 급작스러운 몰락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레코딩 회사와 계약하고 앨범을 취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정자 보이즈는 널리 사랑받는 노래를 녹음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네 남자는 이 앨범 한 장으로 축가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일단 앨범 제목이 'Time to Say Goodbye'인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 단지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사람들의 중평이다. 

 

<Time to Say Goodbye>

 

Track List

 

1.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from "Les Miserable")

2. Somewhere (from "West Side Story")

3. Till We Reach That Day (from "Ragtime")

4. Little God of My Heart (from "Miss Saigon")

5. What Would I Do? (from "Falsettos")

6. No One is Alone (from "Into the Woods")

7. Always Better (from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8. I’ll Cover You (Reprise) (from "Rent")

9. Left Behind (from "Spring Awakening")

10. This Nearly Was Mine (from "South Pacific")

11. You'll Never Walk Alone (from "Carousel")    

 

  현재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인생 제 3 막을 살고 있다. 한 사람은 돼지갈비 가게 사장으로, 한 사람은 이통사 대리점 매니져로, 한 사람은 동네 당구장 사장으로, 한 사람은 동네 PC방 사장으로. 좋게 생각하면 한 시절 잘 벌어서 새로운 인생의 밑천으로 삼았노라 위안삼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또한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영화 같았던 비상과 추락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한 순간에 축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끊긴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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