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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블리 (De-lovely, 200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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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영화의 '황금기'라고 일컫던 시기에 유명 작곡가의 전기 뮤지컬 영화는 지금의 프랜차이즈 시리즈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이다. 지금의 수퍼히어로 프랜차이즈와 같이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갔다. 제롬 컨, 리처드 로저스, 로렌즈 하트, 오스카 해머스타인, 어빙 벌린, 조지와 이라 거쉬인, 그리고 콜 포터. 그러다 보면 두 작곡가가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의 묘사도 종종 등장하는데 (“혹시 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리처드 로저스요.”) 지금으로 치면 거의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가 처음 만나는 장면처럼 가슴 떨리고 웅장하여 현기증마저 난다. 물론 이런 작품들의 본질적인 한계는 주크 박스 뮤지컬이라는 태생적 제약에 있다. 나아가 곡의 배경과 그 곡이 포함된 뮤지컬 혹은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 중심 열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점에 있다. 다름 아니라 작곡가의 일생과 주요 작품의 등장이 순차적으로 맞아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MGM 뮤지컬들의 경우 그런 이유에서 몇 가지 변칙적인 방법들을 활용하였다. 플레이빌이나 신문기사를 삽입함으로써 연대기적인 느낌을 부여하였고 특정 뮤지컬의 상징적인 무대를 당대 슈퍼스타와 함께 한 번 재현하고 넘어가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방법은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 작곡가의 커리어를 요약하고 정리하는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결점이 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 시절의 ‘나잇 앤 데이 (마이클 커티즈, 1946)’ 이후 무려 60여년만에 다시 MGM에 의해 만들어지는 콜 포터의 전기영화 ‘드-러블리 (어윈 윙클러, 2004)’에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결정적인 전략은 칠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모티브를 느슨하게 차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말년의 콜 포터 (케빈 클라인) 앞에 가브리엘 대천사(조나단 프라이스)가 나타나 전설적 작곡가의 인생 결정적인 순간으로 차례 차례 이동하는 식이다. 아내 린다 포터(애슐리 주드)와 만나는 날, 청혼하는 날, 결혼식 날, 유럽 여행 (이때 베니스에서 어빙 벌린과 처음 만난다), 뮤지컬 ‘Paris (마틴 브라운 원작; 콜 포터, 루이스 알터, 월터 콜로, 1928)’ 초연, ‘Gay Divorce (드와이스 테일러 원작; 콜 포터, 1932)’ 초연, ‘Anything Goes (가이 볼튼, P. G. 우드하우스 원작; 콜 포터, 1934)’ 공연 장면, ‘Jubilee (모스 하트 원작; 콜 포터, 1935)’ 공연 장면, 헐리우드 시대의 시작, 첫 번째 MGM 영화 촬영 장면, 숨겨진 비밀과 이어진 협박, 흔들리는 결혼 생활, 승마 사고와 거듭된 다리 수술로 이어진 쇠락기, 첫번째 전기영화 ‘나잇 앤 데이’의 비공개 시사회 (註1), 아내의 폐암 발병, ‘Kiss Me, Kate (벨라 스피웍, 샘 스피윅 원작; 콜 포터, 1949)’의 리허설 장면, ‘Kiss Me, Kate’의 초연 장면, 아내의 임종,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말년, 장면마다 상징하는 아름다운 명곡들이 있고 로비 윌리암스, 앨라니스 모리셋, 쉐릴 크로우, 앨비스 코스텔로, 다이애나 크롤, 존 바로우맨, 라라 파비앙, 나탈리 콜 등 이 시대 팝/록/재즈 스타들이 깜짝 출연하여 그 노래를 부른다. 어떤 의미에서는 반 세기 전 형식의 전기영화를 충실히 재현하되 한계는 극복할 수 있는 현대적 방법을 찾았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디킨스 모티브 - 말년의 포터는 관객석에 앉아 무대 (혹은 은막) 위에 올려지는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며 가브리엘 대천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 물론이다.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다. 게다가 케빈 클라인과 조나단 프라이스의 조합이 정말 멋지다. 

 

(2012년 07월)

 

(註1) 이 1946년 영화에서는 캐리 그랜트가 콜 포터 역을, 알렉시스 스미스가 아내 린다 포터 역을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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