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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리치 <Coming Hom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7.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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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어서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마이클 잭슨'의 시대도 조용히 저물었고 '프린스'의 영광도 어느 정도 색이 바래었지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라이오넬 리치의 힘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빠진 감이 있다. 결국 문제는 세월이다. 세월은 연륜과 지혜를 부여하여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보다 깊고 풍부한 음악을 가능케하지만, 관록만으로 쇠락해가는 인기의 손실분을 상쇄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무릇 대중이란 갈대와도 같아서 노병의 숙련되고 단단한 방패보다는 신예들의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창 끝을 더 사랑하는 법, 정상에 있을 때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들이는 시간이 길어도 상관이 없었으나 정상에서 내려오고 난 다음에는 그런 숙성의 시간들이 순전히 감가상각으로 계상되는 비극이 발생한다. 즉, 대중들은 그 시간 동안 그의 활동이 저조했고 히트곡이 없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또 다시 원인을 낳는다. 라이오넬 리치 또한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그는 두고두고 널리 애창되어질 명곡들을 펌프질 하듯 쏟아내었지만 그 이후로는 모든 면에서 체면치레 정도의 성적을 내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방향성이 모호하다.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고 포효하며 자기 갈 길로 질주하는 '프린스'와는 달리 라이오넬 리치에게는 정체성의 숙명(오레오 맛의 진정한 매력이란 무엇인가?)이 남는다. 코모도스풍의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이 시대를 범람하는 경량한 힙합, 리듬앤블루스, 그 사이에서 그의 선택은 적절한 절충이다. 신천지로의 모험과 안락한 옛시절로의 귀향이 함께 한다. 래니 크래비츠와 다니엘 배딩필드를 대동한 전작 'Just For You (2004)'에서도 그랬지만 그 적절한 등비례 절충은 참 적당한 앨범을 탄생시킨다. 딱히 감탄할 것도 없지만 딱히 실망할 것도 없는 앨범이다. 분명 매일같이 쏟아지는 숱한 앨범들 모두를 놓고 본다면 질이 좋은 작품이지만, 문제는 그 앞에 붙어 있는 '라이오넬 리치'라는 Big Guy의 이름이다. 그의 찬란한 명성에 비춰 본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노병은 이래서 힘들고 괴롭다.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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