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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 <Life in Cartoon Motion>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7.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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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장난기가 보통이 아니다. 고독과 성찰로 음간을 정조준하는 조숙하고 예민한 20대 신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내 맘대로 할꺼야’라고 외친다. 두번째 트랙의 제목 '롤리 팝'은 이 앨범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단어이기도 하다. 페인트 총을 우연히 손에 넣은 악동처럼 그는 동네 여기 저기에 빨갛게 노랗게 물감 무늬를 찌끄리고 다닌다. 좌충우돌 예측을 비껴나간다. 5옥타브를 넘나든다는 가창에 송 라이팅 실력을 겸비했다. 코드 전개도, 가사도, 창법도, 기성의 문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숨어 있다. 저 내키는대로지만 꽤 유쾌하다. 기가 막힌 것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 한편으로는 나름의 정돈된 룰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자칫 한 걸음만 더 나아갔으면 정신 상태를 의심해봐도 좋을 시점에서 의도했든 아니든 그는 정확하게 멈춘다. 절벽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우뚝 멈춰서는 겁없는 만화 속 개구장이다. 결정적 순간마다 막대사탕의 식용색소로 듬뿍 물든 혀를 내밀어 보인다. 적색 2호에 청색 3호에 황색 4호에 황색 5호에……. 인간아, 혓바닥에 아예 피막을 입혀라. 그러나 그 맥락없는 장난질의 이면은 더없이 진지하기에, 그걸 알기에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실로 통쾌한 반전이다. 

(200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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