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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어 보스 (Like a Boss, 2020)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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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 번 미스테리: 그녀는 역사상 어느 여배우도 다다르지 못한 영역을 구축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선구안이 지독히 나쁜 것인가? 물론 본인은 본인이 기괴한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듯 보이고, 또 본인은 본인의 만족으로 후회없이 출연작을 고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커리어 초기에 볼피컵을 가지고 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중 한 사람으로 회자되었으며 한동안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에 있었다. TV 시리즈 ‘Damages(FX, 2007-2012)’에서 글렌 클로즈와 연기 대결을 펼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미래 어느 순간에는 높은 평가를 받는 배우들과 나란히 거론되는 그룹에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커리어를 완전히 코미딕 롤로 틀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만 무려 18편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 (나머지는 ‘엑스맨’ 시리즈 두 편과 호러물 ‘인시디어스’ 트릴로지다.) 그 중에서 ‘애니(윌 글럭, 2014),’ ‘피터 래빗(윌 글럭, 2018)’ 등 가족용 영화를 제외한 13편이 R등급 코미디라는 점은 조금 놀랍다. R등급 코미디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지만 이중 ‘브라이드메이즈(폴 페이그, 2015)’와 ‘스파이(폴 페이그, 2015)’ 정도를 제외하면 평균 메타스코어가 50점 언저리이고 그 중 상당수가 R등급 코미디의 좋지 않은 인식을 타파하기보단 R등급 코미디의 좋지 않은 인식에 기여할 가능성이 큰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 번의 잘못된 선택이 성장세를 꺾은 ‘케이트 허드슨의 기이한 케이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녀가 2020년작으로 택한 ‘라이크 어 보스’ 역시 동일한 문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화장품 회사를 시작한 두 절친 싱글 여성들이 경영난 속에 거대 코스메틱 기업의 계략에 넘어가지만 끝내 우정의 힘으로 자신들의 제품과 마케팅 아이디어를 지켜낸다는 내용의 이 작품 역시 널리 사람을 즐겁게 하려는 깊은 뜻으로 출연했다기는 참 많이 궁색한 작품이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산만하고 불필요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고 또 그런 부분에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시간을 할애한다. 부적절한 농담의 앞뒤 안 가리는 맹폭은 재미있다기보단 민망스럽고, 이따금은 마치 젠더-스왑드 (Gender-swapped) 버전의 아담 샌들러나 롭 슈나이더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단지 코믹한 대사를 소화하는 티파니 해디시의 독보적 감각 하나는 인정할만하며 다혈질 캐릭터와 워낙 궁합이 좋은 셀마 하야크의 과장된 역할이 잘 맞아 떨어질 뿐이다. 여기서도 (한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중의 하나로 회자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여성 중의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로즈 번의 역할은 딱히 흠은 없어보이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코미디를 완전히 이끌지는 못하는 적당한 수준에서 그친다. 이는 그녀의 최근 출연작에서 계속 반복되는 문제인데 멜리사 매카시, 닉 크롤, 세스 로건, 그리고 이번의 티파니 해디시 등 코미디에 뿌리를 둔 배우들을 받쳐주는 것처럼 보이는 역할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베니스 이후 에미, 골든글로브, SAG 주요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었던 배우가 번번이 1+1처럼 보여지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모르겠다.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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