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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201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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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탈 드러머의 청력이 온전하길 바라는 것은 솔직히 욕심이 아니겠냐는 개인적 편견과는 별개로 데리우스 마더의 ‘사운드 오브 메탈’은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서서히 (아니 물론 급격히) 청각을 잃어가는 남자의 비극에 대한 흔한 (아니 물론 흔하지 않은) 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감각의 상실을 피상적으로 다루는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리를 감각으로, 다시 감각을 소통으로, 다시 소통을 관계로, 그리고 마침내 그 관계를 실존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해나가며 그 접점과 경계를 탐구하는 기술이 투박해보이면서도 섬세하고 정교하다.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 라인의 약점을 메우는 힘도 이 부분에서 나온다.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 부분은 남자의 기존 인생과 청력 상실에 대한 최초 인식이다. ‘블랙가몬’이라는 이름의 메탈 듀오로 여자 친구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순회 공연을 하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청력 이상을 인지한다. 그는 의사가 제안한 ‘임플란트’라는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공연을 계속하려고 하지만 필연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수 있는 공연으로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더구나 이 남자에게 약물 중독 전력이 있기 때문에 여자 친구는 그를 청각 장애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원으로 보낸다. 두번째 부분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자의 새로운 생활 적응이다. (인생에서든 공연에서든) 자신의 절반과도 같았던 여자친구와 떨어져 그는 수화를 배우고 청각 장애인으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마침내 공동체 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 특히 청각 장애 아동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또다른 차원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마지막 세번째 부분은 남자가 마주한 기존의 인생과 새로운 인생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텔레비젼의 채널을 돌리는 것보다는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에 가깝고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때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이 사실상 선택의 영역에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일상 속 소리에 대한 침묵과 탐닉을 오가는 연출도 훌륭하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미 찬사 일색인 리즈 아메드의 연기다.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여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으나 눈빛과 시선과 표정만으로 또다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구사하는 듯 하는 묘하게 매혹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한편 최근 들어 기존의 이미지 대비 지나치게 낯선 역할에 집착하고 있는 올리비아 쿡의 기괴한 역할에는 여전히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 오히려 청각 장애 공동체의 장을 맡아 작품의 메세지를 언어적으로 (그러나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전달한 노배우 폴 라시의 깊이와 연륜은 이 작품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결정적 요소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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