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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 딕비 <Unfold>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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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에 딕비의 성공은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고 가수의 꿈을 이룬 영국의 케이트 내쉬, 릴리 알렌 등 몇몇 사례가 있었지만, 딕비의 데뷔 스토리는 몇 가지 면에서 그들보다 훨씬 극적인 감이 있다. 단연 그 중의 으뜸은 ‘거실 (혹은 욕실) 퍼포먼스’라는 것의 시각적 효과. 비로소 유튜브라는 경계적 공간과 非프로 가수라는 속성이 이루어 낸 절묘한 화학반응은 그 정점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은 사건의 선후관계일 수 있다. 과연 딕비가 순수하게 非프로(이런 경우엔 아마츄어라는 말보다 이 편이 더 어울린다)로 성공하여 프로가수로 입문한 극적인 신화를 이룬 것인가? 그건 아니다. 케이트 내쉬나 릴리 알렌이 그랬던 것처럼 딕비 역시 완전히 순수한 초짜는 아니었다. 그녀는 2005년에 이미 클럽에서의 공연으로 음반사와 계약을 맺은 경력이 있으며 디즈니의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했던 준 프로급 가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 한 대의 단촐함과 거실(욕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은 그 모든 맥락을 기꺼이 지워버린다. 가까이에서, 더욱 가까이에서. 마치 이웃처럼, 마치 친구처럼, 마치 연인처럼 파고드는 그녀의 형체는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이다. 그 순간 이미 기존의 프레임은 산산히 조각나버린 것이다.

  자, 사건은 이렇게 정리된다. 음반사와의 계약 아래 판을 준비하던 한 1983년생 아가씨는 업계 표준으로 굳어진 고루한 홍보방식이 아닌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고 싶으셨단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유튜브. 거실에 앉아 (욕실에 앉아) 기타를 치며 린킨 파크, 마룬 파이브, 라이나, 넬리 퍼다도의 노래를 불렀다. 뭐, 가끔은 음도 나가고 그러면서. 그 결과 이천오백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명세에 올랐고 파죽지세로 첫번째 싱글 'Say It Again'이 빌보드 29위를 찍으면서 첫번째 앨범 <Unfold>까지 성공시켰다. 

  그렇다면 그녀의 성공 스토리에 내재된 의미는 단지 영리한 마케팅, 즉 정교하게 연출된 '트루-우먼 쇼'에 불과한 것일까? 그 부분은 조금 애매하다. 일단 그녀의 여백 있는 보컬과 적절한 기타 솜씨는 어쿠스틱이라는 명확한 뿌리와 부합한다. 그 정체성만큼은 온라인 압축 동영상이냐, 방송 전파냐, 혹은 그 어떤 다른 전달 방법이냐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녀는 송라이터로 자신의 정체성과 음악적 추구 방향을 구현할 줄 아는 능력도 지녔다. 싱글 커트되었던 'Say It Again'은 물론이고 'Miss Invisible', 'Stupid For You'등의 자작 수록곡들이 하나의 명확한 빛깔로 응축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유튜브 속 그녀가 발하던 바로 그 빛깔이다. 물론 영리한 마케팅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마케팅에 맞는 고유의 정체성이다. 어쩌면 가장 허황된 거짓과 위장의 세계에서 튀어나왔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성공 스토리가 그 바닥 이야기로는 드물게 진정성을 지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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