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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레몬티 <Mark Tremonti Sings Frank Sinatra>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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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부터 들었다면 누구도 이 앨범이 록 밴드 ‘크리드’와 ‘얼터 브리지’의 기타리스트 마크 트레몬티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앨범 제목을 보고 들었더라도 사실 이 마크 트레몬티가 그 마크 트레몬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생소한 레이블에서 발매되었으니 차라리 동명의 보컬 재즈 가수가 있나 보다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비록 앨범 제목이 <Mark Tremonti Sings Frank Sinatra>이기는 하지만 거의 시나트라 모창에 가까운 창법, 그리고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한 편곡과 사운드가 오해를 부추긴다. 가령 ‘I’ve Got You Under My Skin (콜 포터, 1936)’나 ‘That’s Life (딘 케이 & 캘리 고든, 1963),’ ‘Luck Be a Lady (프랭크 레서, 1950),’ 혹은 ‘Come Fly with Me (지미 반 호이젠 & 새미 칸, 1958)'과 같이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 레퍼런스인 경우는 모르겠으나, 그 외의 경우에도 시나트라의 특정 버전을 그대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한 부분은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아낸다. 이를테면 ‘All of Nothing at All (아서 알트만 & 잭 로런스, 1938)’의 경우 여러가지 편곡이 있는데 트레몬티는 시나트라가 해리 제임스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1938년 버전을 그대로 따르기를 고집한다. 

 

  일찍이 무수히 많은 시나트라 트리뷰트 앨범이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트랙에 걸쳐 최소한의 재해석으로 만족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1992년 토니 베넷의 <Perfectly Frank>, 1998년 배리 매닐로우의 <Manilow Sings Sinatra>, 2005년 스티브 타이렐의 <Songs of Sinatra>, 2006년 존 피자렐리의 <Dear Mr. Sinatra>, 2008년과 2011년 마이클 파인스타인의 <The Sinatra Project vol.1/vol.2>, 그리고 2020년과 2021년 맷 더스크의 <Sinatra vol.1/vol.2>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두 특정한 앨범 컨셉트 하에 상당 부분 자신들만의 색깔을 넣어서 완성했다. 시나트라의 활동 기간과 영향력이 워낙에 길었다 보니 밴드 커리어와 솔로 커리어, 그리고 콜럼비아, 캐피탈, 리프라이즈 시대를 아우르는 선곡은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이 앨범의 선곡 기준은 상기 사례들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마치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선곡하면서 'Summer Wind (하인즈 마이어, 한스 브라트케 & 조니 머서, 1965)’와 같은 대표곡은 빠져있는 대신에 ‘Wave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1964)’처럼 시나트라의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고 보기 어려운 케이스의 곡과 ‘Nancy (지미 반 호이젠 & 필 실버스, 1942)'처럼 다소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 함께 포함되었다. 따라서 거의 가수를 지워버리다시피한 이 앨범의 방향이 충실한 것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방어적인 것에 가까운 것인지 다소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실은 여기에 대한 뒷 이야기가 있다. 종합하여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시나트라 트리뷰트로 어쩌면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보컬 앨범이 발표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가수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타리스트 중 하나인 마크 트레몬티라고 한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2) 편곡과 사운드가 너무 오리지널과 닮아있기를 필요 이상으로 고집하는 느낌인데, 알고 보니 애초에 그런 의도 하에 시나트라 밴드 리더 출신의 마이크 스미스와 다수의 투어 멤버들이 참여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뭐 할 말이 없다.) 
(3) 설령 그렇더라도 재해석에 너무 소극적인가 싶은데, 알고 보니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은 트레몬티의 어린 딸에게 영감을 받아 기획한 자선 목적의 앨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할 말이 없다.)  


  물론 이 앨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본령인 하드 록이나 헤비메탈보다는 이쪽 음악에 취향이 가까운 이유도 있겠지만 정말로 이런 매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보컬은 뜻밖의 부드러운 바리톤으로 시나트라 송북의 보컬 레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더구나 라스베가스 스트립 등지와 골든 너겟 호텔의 시나트라 드레싱 룸에서 촬영한 앨범 홍보용 사진처럼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으니 (헤어스타일, 시그니쳐 수염, 그리고 숨겨진 팔 근육만 빼면) 영락없는 그 시대 재즈 싱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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