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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30 Days of Night,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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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파이어물의 고전적 의문은 '과연 아침은 언제 오는가,' 하는 문제였다. 새벽녘의 떠오르는 태양은 습격자인 뱀파이어들에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음을 저항자인 인간에겐 하루를 또 간신히 넘겼음을 각각 인지시키는 역할을 했고, 새벽을 넘기면 살아 남은 인간들은 다시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하루라는 시간을 유예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의 발상 전환은 분명히 흥미로운 면이 있다. 삼십일 동안 오직 어둠만이 이어지는 알래스카 최북단 마을로 무대를 옮기면 '고립'이라는 근본적 장치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덤으로 아침(태양)이 오기까지의 삼십일 동안 도망칠 곳도 숨을 돌릴 시간도 없다는 극단적 압박감이 생긴다. 긴장감으로 빠듯하게 죄고도 남을 설정인데, 이게 왠걸. 생각 외로 느슨하다. 이 작품의 실패는 첫째도 시간, 둘째도 시간이다. 내적으로는 삼십일이란 시간을 자유자재로 매만질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설정상의 장점을 (어차피 얼마가 걸리든 아침은 밤이 끝나야만 비로소 찾아온다) 활용하지 못했고, 외적으로는 112분의 러닝타임의 배분을 실패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긴장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설정상의 장점은 그 순간 한계가 된다. 가령 서른 날 밤 동안에 일어난 이야기라지만 하룻 밤 사이의 일이었노라 설명하면 얼마든지 그렇게도 보이기도 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는 하룻 밤을 서른 날 밤으로 늘렸다고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렇담 왜 늘렸나요? 왜 하필 꼭 서티 데이즈여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이 작품은 해답을 내어놓지 못한다. 알래스카의 최북단 마을이어서? 유감스럽게도 그건 답이 아니다. 오로지 남은 것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뿌리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의 만화적 재현 뿐이다.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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