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 납부 의무 면제신청서
by 김영준 (James Kim)아래와 같은 이유로 싱글세 납무 의무 면제를 신청합니다.
신청자 본인은 싱글이나 자발적 싱글이 아닌 비자발적 싱글로 이번 싱글세 납부 의무 고지 대상자로 분류된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본인은 (대학시절 15회의 미팅을 열외로 하더라도) 평생 총 83회의 소개팅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총 83회 중 58회는 지인을 통해 주선된 자리였고 나머지 25회는 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제안된 자리였습니다. 이 신청서에 별첨된 D 결혼정보회사 연회비 납부 영수증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83회 중 단 한 차례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였는데 이는 본인이 특별히 까탈스럽거나 아주 콧대 높은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잠시 눈이 높았던 적도 있었음은 인정하지만 30대 중반 이후를 기점으로는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3회에 걸친 우울한 통계가 말해주는 바는 본인이 상대 여성분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애프터를 신청하였지만 (요즘에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의 예외 없이 단칼에 거절 통보를 받았습니다. 두세 번 만남을 이어가지도 못하니 관계 진전의 기회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고의 노력도 기울였다는 사실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역시 별첨 2로 함께 제출된 화술학원, 헬스클럽, 예절교육, 다도교육, 미용 관리, 맨즈 필라테스, 심지어 사교댄스, 기타 소개팅 사교육 등에 대한 교육비 지출 영수증들이 증명하는 바와 같이 본인은 끊임없는 노력을 시도하였지만 아쉽게도 유의미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본인에게 결혼할 능력과 조건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당사자의 바람과 무관하게 결혼을 못하는 경우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구성원으로 지목하여 벌칙에 가까운 의무를 지우는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물론 인구 감소와 세수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숙제 앞에서 싱글세를 도입한 정부의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싱글세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새로운 유형의 차별마저 야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싱글세로 인하여 혼인률이나 출산률의 반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근거 또한 미약합니다. 이런 괴이한 발상은 구 소련에서나 시도되었을 뿐 역사적으로 사례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싱글세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일부 텔레비젼에 등장하는 비혼주의자들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부유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그들에게는 어쩌면 결혼이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음을 감안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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