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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Wonka, 202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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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도대체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제로’가 왜 필요한가? 누가 ‘초콜릿 팩토리 비긴즈’ 혹은 ‘웡카 라이징’을 원하는가? 세상에 프리퀄이 꼭 필요한 영화가 있기는 있을텐데. 아마도 윌리 웡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워너브라더스가 이상한 고집으로 기어이 리메이크를 했다가 한 번 호되게 당한지 채 2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 (팀 버튼, 2005)'에서 조니 뎁의 윌리 웡카는 너무나 크리피했고, 특히 찰리를 비롯한 어린아이들 근처를 서성거리기에는 대단히 위험하게 보였다. 더구나 동심을 간직한 어른이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어린아이들을 초대한다는 발상은 (이 대목은 세기의 팝 스타 한 분을 연상하게 하지만 결코 그럴 의도는 없었음은 알아주시라) 이제는 예전만큼 순수하게 느껴지지가 않는 껄끄러운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3대 윌리 웡카는) 티모시 샬라메다. 모두가 사랑하는 미소년이라면 어쩌면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사실이다. 웡카가 어린 고아 소녀와 계속 엮이는 순간에도 그리 위험한 느낌이 들지 않기는 한다 (오오… 위대하신 리산 알 가입!). 그가 왜 자꾸 자석처럼 어린아이들을 끌어당기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한계는 너무도 명확하다.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윌리 웡카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한다. 어떤 캐릭터는 갑작스러운 등장과 설명되지 않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기도 하다. 윌리 웡카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신비한 캐릭터인데 굳이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어 애써 그 베일을 걷어보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니 당최 볼멘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로얄드 달은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없으므로 이 새로운 이야기는 전적으로 감독 폴 킹과 배우 겸 코미디언 사이먼 파나비에 의해 지어졌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완벽하게 안전한 옵션을 택한다. 심지어 여기서 웡카를 패딩턴으로 초콜릿을 머멀레이드로 치환하면 바로 ‘패딩턴 3’가 완성될 거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註1). 이 스토리로 패딩턴 속편이라면 별이 다섯 개로 장수돌침대와 동격이겠지만 이 스토리로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멜 스튜어트, 1971)'의 프리퀄이라면 별 네 개는 빼야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이는 그들을 탓할 문제만은 아닌데,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1971년작의 위엄을 건드리지 않는 완벽한 가족 영화라는 전제를 유지하면서 새롭고 독창적인 속편을 만든다는 목표는 누구에게도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뮤지컬 포맷에 부합하는 구성인지도 내내 의문을 들게 만들며 심지어 새로 만들어진 넘버들은 50여년 전 레슬리 브리커시스 경과 앤서니 뉼리의 업적을 어설피 모방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라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그저 ‘Pure Imagination’이 언제 흘러나오나 기다리게 할 뿐이다). 영화음악가 조비 탈봇이 음악을 맡았고 노래만 따로 팝 밴드 '더 디바인 코미디'의 프론트맨 닐 해넌이 썼다고 하는데 첫 뮤지컬 영화 작업이다. 이것만 봐도 뭔가 조금 이상한데 2005년만 하더라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다시 만들기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작업이었고 당대 끌어모을 수 있는 최고 멤버들의 A 리스트를 놓고 라인업을 짰다. 감독은 팀 버튼, 촬영감독은 필리프 루슬로, 음악은 데니 앨프먼, 최종적으로 윌리 웡카 역에 조니 뎁이 낙점되기는 했지만 최고 스타들이 이름이 오르내렸었다. 그런데 이번엔 네 번째 장편 영화를 맡은 신진급 감독에 다른 이름들도 예전만큼 엄청난 무게감이 없다. 오로지 티모시 샬라메 한 사람만 믿고 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다. 물론 올리비아 콜맨, 샐리 호킨스, 휴 그랜트, 로완 왓킨슨, 짐 카터 등의 캐스팅은 화려하다. 하지만 대영제국의 내셔널 트레져, 아니 로얄 트레져라고 할 수 있는 이 배우들의 총출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딱할 정도이고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중 한 사람은 정말 딱하다.

 

(2024년 04월)


(註1) 폴 킹은 ‘패딩턴’ 시리즈의 감독이었고 두 남자는 '패딩턴 2 (vhf zld, 2017)'의 스크린플레이를 공동 집필하였던 바 있다. 파나비는 ‘패딩턴 (vhf zld, 2014)’에서는 배우로도 출연하였고 킹의 2009년 감독 데뷔작부터 네 편째 함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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