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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스마트 (Get Smart, 2008)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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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선물은 정점에 오른 코미디 배우들에게만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① 이미 검증된, ② 가장 잘해보일 수 있는, ③ 일백퍼센트 명백히 관객에게 통할 바로 그 유효한 재능을 단순 재조합하여 새로운 영화로 선보이는 것. 일찍이 짐 캐리가 그랬고, 아담 샌들러가 그랬으며, 벤 스틸러와 윌 페럴이 그랬던 것처럼 드디어 스티브 카렐에게도 그런 영광된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이 순간, 대중들이 그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뿐이다 - 요즘 맨날 보여주는 <그걸> 더 많이 더 자주 보여달라. 참, 오래도 기다리셨습니다. 마흔이 넘어 드디어 빛을 본 이 늦깎이 배우의 폭주는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지경이다.

  사실 '겟 스마트'는 스티브 카렐과 여러모로 참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다. 만년 내근직 사무요원이 졸지에 현장에 투입되어 엉뚱하고 어수룩한 실수를 연발한다는 설정부터 만년 대체 요원이었던 그의 커리어와 오버랩된다. 한편으로는 원작의 설정에서 스티브 카렐과 맞아 떨어지도록 윤색을 가한 부분도 있다. 에이전트 86, 맥스웰 스마트의 캐릭터를 '바보' 대신에 '헛똑똑'으로 수정한 것이다. 헛똑똑 - 그게 바로 카렐의 <그거>요 21세기형 바보 캐릭터의 요체다. 이 '바보'는 분명 '바보'이나 그냥 '바보'는 아니다. 현실 적응력이 '조금' 떨어지는 소박한 중년 남자로의 '바보'이며 (마흔 살까지 못해본 남자, 2005 ; 댄 인 러브, 2007), 반대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과장된 몸부림을 내세우는 허풍쟁이 중년 남자로의 '바보'이다 (오피스, 2005~ ; 미스 리틀 선샤인, 2006 ; 에반 올마이티, 2007). 스티븐 카렐 특유의 소시민으로의 '바보' 연기는 아이큐를 기반으로 정의되는 고전적 '바다의 보배' 개념에 (영구와 맹구가 이무기 용트림하던 시절) 안녕을 고한다 - 그게 바로 요즘 우리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다.

  피터 시걸 감독을 비롯한 이 작품의 제작진은 스티븐 카렐을 포스트 맨으로 내세웠을 때 (사실 기획 때부터 내정하고 있었단다) 내용을 어떻게 각색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렐 또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이 코미디 영화는 소비되어야 할 시점에 정확하게 생산되어 소비된 상품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 - 110분을 탱탱하게 끌고가지 못하는 극본의 부실함, 그리고 스마트 요원의 파트너 역할을 맡은 앤 해서웨이의 '바비인형' 연기.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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