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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영화 (Date Movie, 2006)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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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슨 해니건은 꽤 예쁜 배우다. '범대중적 미인'보다는 '마니아형 미인'에 가깝지 않겠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예쁜건 예쁜거다. 빨간색 머리카락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개성넘치는 조합 때문일까. 앨리슨은 누구와 어떤 앙상블로 샷을 찍어도 도드라지게 튀어 보인다. 그런데 배우로서의 포지셔닝은 참 독특하다. 그녀는 대개의 예쁜 배우들이 그러듯 얼굴을 뜯어먹고 사는 대신에, 곰곰히 뜯어보면 꽤 예쁜 얼굴을 스스로 배신하는 괴상하고 망측하며 지구의 물리법칙으로는 이해불가한 연기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비슷한 노선을 달리는 우리나라 여배우가 몇몇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실명을 거론했다가는 '사이버 모독죄'가 신설된 무시무시한 마당에 대단히 유쾌하지 못한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냥 혼자만 떠올렸다가 지워버리기로 한다. 안전이 제일인 것은 노가다판만이 아닐지니.

  앨리슨은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WB, 1997~2003)'에서 버피의 베프 윌로우 역을 연기하며 청춘 스타로 발돋음을 했다. 그 스핀오프 '엔젤 (WB, 1999~2004)'에도 출연하며 덤으로 남편도 얻었다. 이후 공장파 히트 시트콤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CBS, 2005-2014)'에 이르기까지 등 '정상적으로' 잘 나갔던 TV 커리어와는 달리, 그녀의 영화 커리어는 시쳇말로 흠좀무다. 정말로 개인 취향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영화에서 밖에는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본인의 안목이라면 정말 더럽게 못 고른다고 밖에는 평할 수가 없겠다. '캠퍼스의 데드맨 (알란 콘, 1998)', '아메리칸 파이 - 그것도 1편에서부터 3편까지 (폴 웨이츠, 1999; J.B. 로저스, 2001; 제스 딜런, 2003)', 그리고 단독 주연을 맡은 이 작품까지 모두 공통적으로 B급 코미디다. B급이라 비하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나같이 너무 지저분하잖아. '데이트 영화'에 대해 쓰겠노라 글을 시작해놓고 이렇게 그녀의 필모그라피 전반을 읊어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도 영화에 대해선 별로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악명높은 저예산 패러디물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두 각본가가 의기 투합하여 만든 새로운 패러디물이 바로 이 작품. 정신없는 패러디의 연속인 건 말해 입 아프지요. '나의 그리스식 웨딩 (조웰 즈윅, 2002)'과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피터 패럴리 & 바비 패럴리, 2001)'을 골조로 삼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샤론 맥과이어, 2001)', 미스터 히치 (앤디 테넌트, 2005)',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P.J. 호건, 1997)', '왓 워먼 원트 (낸시 마이어스, 2001)' 등 사십여개 작품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단점은, 아시다시피 너무 명확하다. '무서운 영화'의 한계가 결국은 조밀하지 못한 패러디의 나열이었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개연성이 없이 모래알처럼 허물어지는 내용 전개가 대단히 허술하다. 하긴 그 놈들이 다름아닌 바로 그 놈들이니, 없던 실력이 갑자기 일취월장하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과 83분에 불과한 러닝타임을 감당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꼴은 되레 안타까울 정도다.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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