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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43 (201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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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쳐나는 혹평과 34회 골든 라즈베리를 가볍게 휩쓴 이력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뜯어보면 '무비 43'이 마냥 끔찍한 작품인 건 아니다. 다만 이건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끔찍하지 않다'가 아니라 '마냥 끔찍하지는 않다'라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있다는 뜻. 언제나 그렇지만 '최악의 영화'라는 수사에는 감정적인 요소(다시 말해 괘씸죄)가 함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코미디 소재들이 아주 마냥 몹쓸 것들은 아니다. 휴 잭맨을 아주 보내버릴 뻔한 그 에피소드만 제외하면 대개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는 편이다. 그리고 수줍게 고백하자면 꽤나 즐거웠던 순간도 있었다. 정말이다. 

 

  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코미디의 질적인 부분보다는 구조적 형식에 있다. 짧은 코미디 클립을 이어가기 위해 이 작품이 선택한 방식은 인터넷에서 '무비 43'이라는 미지의 영화를 찾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이들의 검색 과정에서 걸려 나온 정체 불명의 동영상들을 차례 차례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고전적인 옴니버스 형식의 구현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지만 인터넷 검색이 그러하듯 즉흥적이고 단발적이고 무작위적인 나열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어떤 정교한 배치, 그러니까 점층이든 점강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연계나 연쇄가 없다. 반응의 부재는 몰입을 방해한다. 내용 그대로 호르몬으로 요동치는 십대 소년들의 장난질에 불과하다. 형식 그대로 그저 그런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하나씩 눌러보는 정도의 가벼운 느낌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어설픈 액자 구조를 포기하고 B급 코미디 버전의 '사랑해, 파리 (구스 반 산트 외 21인, 2006)''그들 각자의 영화관(로만 폴린스키 외 35인, 2007)'을 시도해 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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