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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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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드(조니 뎁)는 19세기 판 오르페우스다. 잃어버린 에우리디케를 찾기 위해 황천이나 다름없는 칠야의 런던으로 숨어 들어간다. 런던은 죽은 자들의 도시 - 이성과 과학과 도덕과 정의를 말하지만 무지와 폭력과 탐욕과 불의만이 난무한다. 지방으로 꽉 찬 신부, 비싸고 질긴 변호사, 추악한 욕망으로 가득 찬 판사,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정치가, 치안과 질서란 명목으로 권력에 빌붙어 폭력을 서슴치 않는 무뢰배, 이 기생충들이 버글거리는 런던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도시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소리. 독창적이고 실용적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음습한 악취와 보이지 않는 비명. 고기 파이가 아니어도 어차피 런던의 멋쟁이들은 서로를 먹고 서로에게 먹힌다.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인간이 있어. 오직 두 종류란 말이야. 한 부류는 힘겹게 밀려나지 않으려 버티고 있고 다른 한 부류는 그들의 얼굴을 짓밟으며 살아가지.") 사람이 사람을 먹으면서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백지장 같은 시체들의 도시 - 창백히 분칠을 하고 카론의 배로 물을 건너 악마의 트릴이 울려 퍼지는 런던의 복판에 숨어 들어간 토드는 가장 순수한 복수의 정념으로 날을 바짝 세운다. 에우리디케(그의 아내이고 그의 딸이다; 둘은 똑같이 닮았고 똑같이 악마같은 터핀 판사의 표적이 된다)를 구하기(복수하기) 위한 토드의 사투는 그를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더없이 인간적인 프로타고니스트로 만들며, 법과 제도를 어긴 자들이 활개치는 비 이성적 세계를 심판하고자 스스로 법과 제도를 넘어선 그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내게 한다. 이발사 토드는 달빛으로 번쩍이는 면도날로 장미보다 붉은 피를 흩뿌리며 위선적 기생충들의 숨통을 끊고 타르타로스(지옥)로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 광기의 끝자락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잔인한 운명이다. 그가 금기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과거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현재는 처참히 불타올랐으며 미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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