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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 오브 에코 (Stir Of Echoes, 1999)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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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엘리사 그레인보다 고작 한 시간 앞서서 세계 최초로 전화기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 한 시간 차이가 우리가 기억하는 '위대한 벨'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식스 센스 (나이트 샤말란, 1999)'는 비슷한 소재의 '스터 오브 에코 (데이비드 코엡, 1999)'보다 한 달 빨리 개봉했고 (정말 딱 한 달이다!) 그 차이에서 '샤말란 신드롬'은 시작되었다. (물론 후일 그 유명한 샤말란 그래프[각주:1]가 화제를 모은 것은 더 이상 안 비밀!)


  물론 단순히 한 달 먼저 선수친 것만으로 '식스 센스'가 '스터 오브 에코'의 자리를 선점했다고 주장하기는 어페가 있다. 하지만 한 달 늦게 개봉했다는 이유로 아류물로 폄하된 것은 좀 억울할만하다. 원작이 1958년에 발표된 리처드 메더슨의 소설이니 치팅의 의혹을 받는 것도 부당하고 말이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망자를 볼 수 있게 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을 보면 두 작품은 함께 묶일 이유가 없다고 보는 편이 보다 타당하다. '식스 센스'의 나은 점이 상업영화로의 매끈한 모양새와 영리하게 조절된 반전의 호흡이라면 '스터 오브 에코'의 백미는 케빈 베이컨의 극단으로 치닫는 연기다. 최면에 걸렸다가 깨어난 이후 혼백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정신적 압박에 괴로워하는 노동자 톰 위츠키로 분한 그의 광기어린 연기는 삶과 가정의 붕괴와 보조를 맞추어 적절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반면 단점이라면 장대한 시작에 어울리지 않도록 미미한 결말이다. 이런 류의 작품들이란 결국 사기를 잘 쳐야 하는 법인데, 결정적 순간마다 자신감있게 밀어 붙이지 못한 채 망설이고 보류하고 덮어두고 한발 물러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케빈 베이컨 혹은 주인공 톰 위츠키에게 의존하는 경향도 강해서 아들 제이크(제커릿 대이비드 코프), 아내 메기 (케서린 어브), 처제 리사(일레나 더글라스) 등의 보조 캐릭터들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주지도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조차 브루스 윌리스와 할리조엘 오스먼트가 환상의 조합을 이루었던 당시 박스 오피스 경쟁작과 비교가 된다). 결국 이런 산만함이 결국은 꼭 케빈 베이컨의 불운한 커리어처럼 흥행에서 조금 비켜 설 수 밖에 없는 그런 불운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2003년 5월)

  1.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한 역대 작품들의 로튼 토마토 지수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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