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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2 (Cube 2 : Hypercube, 200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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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 4.2m, 세로 4.2m, 높이 4.2m의 텅 빈 정육면체의 방. 그 방에는 여섯 개의 정 사각형 해치가 있다. 그 여섯개의 해치는 각각 그 방과 맞닿아 있는 또 다른 여섯개의 방으로 통한다. 그 여섯 개의 방 또한 맨 처음 방과 같은 구조다. 따라서 어느 해치를 통해서 나가던지 이전의 방과 똑같은 구조를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방마다 숨겨진 부비트랩들은 주인공 일행의 목숨을 위협한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 ‘큐브(빈센조 나탈리, 1997)'는 큐브 안에 갇힌 여섯 인물의 미궁 탈출기였다. 의문은: (a) 그 큐브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었으며; (b) 또한 서로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들이 왜 그 안에 갇혔느냐는 것이었고' (c) 결국 그들이 그 곳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때 폐소공포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다만 그것은 전작 ‘큐브’에 한정된 이야기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속편 ‘큐브 2: 하이퍼큐브’는 확장을 모토로 한다. 큐브의 구성 및 작동 메커니즘을 바꾸어 총 17,576개의 살아있는 방이 최대 6,000만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다. 어떻게? (그들의 대사를 빌자면) 방이 스스로 돌고 겹치고 심지어 텔레포트까지 하여. 이는 판을 키웠다는 측면에서 보면 속편 제작을 위한 그럴듯한 선택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살인 장치의 거동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 바깥으로 넘어가는 순간 긴장감이 완전히 풀려버린다는 사실이다. 17,576개의 큐브쯤은 가로, 세로, 높이로 따져볼때 실상 해 볼만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큐브를 진화시킴으로서 사실상 게임은 불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규칙이 헐거워졌으므로 규칙을 찾음으로써 탈출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해진다. 자연스럽게 인물들도 큐브 내의 퍼즐과 탈출 방법을 고민하는 대신에 큐브 외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게된다. 전작이 천명했던 지적유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작에서도 세트 하나만을 지어놓고 17,576개의 큐브가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했고, 실제 주인공들이 거쳐간 방의 개수는 고작 스무 개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담 어차피 개수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똑같이 큐브 세트 하나를 보여주면서 그 상하좌우에 6,000만개가 더 있다고 주장해 본들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카메라는 어차피 하나의 큐브 세트 내에서 움직이거나 큐브와 큐브 사이에서 움직일 뿐이다. 스스로 제한된 큐브 속으로 들어갔던 참신하고 도전적이었던 소재적인 장점을 포기한 결과 남은 것은 결국 익숙한 포맷의 주류영화적 반전으로 끝맺어지는 싱거운 결말이다.

(200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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