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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Beauty Will Ris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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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 뮤직에도 슈퍼스타는 있다. 다름 아닌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89년 데뷔하여 지난 20여년 간 두 장의 플래티넘 앨범과 여덟 장의 골드 앨범을 포함하여 통산 텐 밀리언의 위업을 달성했으니 그가 얼마나 사랑받는 아티스트인지야 말에 입 아픈 일일 것일테다. 채프먼은 다섯 차례 그래미 수상 경력이 있으며, 크리스천 뮤직 시상식인 GMA (Gospel Music Association, 인텔과는 상관없음) 도브 어워드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11개 부문에 걸쳐 통산 56개의 트로피를 선사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GMA에서 ‘Artist of Year’로만 일곱번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 자체로 역사라 할 만하다.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천 뮤지션 목록에 그의 이름이 올라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채프먼은 믿음을 고스란히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선 단체를 설립하여 고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공연 수익을 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국제 아동 문제 관련 단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과시하기 위한 선행이 아니다. 아내 메리 베스 채프먼과 중국인 고아 셋을 손수 입양하여 키우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 남자가 얼마나 언행으로, 행동으로, 음악으로 삼박자가 일치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확인 가능하다.

  이렇게 털어도 먼지 한 톨 나지 않을 것만큼 좋은 일만 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닥친다는 것은 정녕 불가해한 세상의 이치. 지난 2008년 채프먼은 다섯살 된 막내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실의에 빠진다. 한때 자신의 신앙에 회의를 느꼈던 것은 물론, 음악활동까지 접으려는 결심까지 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마리아를 잃고 난 이후, 나는 더 이상 곡을 쓸 수 있을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심은 그런 감정을 노래에 담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다시 천천히, 나는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열일곱번째 스튜디오 앨범이자 열다섯번째 정규앨범인 'Beauty Will Rise'는 그런 고통 끝에 탄생한 앨범이다. 씻어낼 수 없는 회의와 의문의 수사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통을 말하는 순간에도 기적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절망을 노래하던 순간에도 희망의 찬란함을 품고 있었던, 과거 그의 음악과는 사뭇 다르게 들린다. 산 꼭대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팔을 벌리고 선 앨범 표지의 사진은 그가 이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압축하여 보여준다. 지금 천국에 있을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메시지, 그리고 이 납득할 수 없는 비극을 방치한 절대자의 의지에 던지는 무언의 항의. 짙은 밤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의 얼굴을 한 하늘 아래서 그는 새로운 극복의 의지를 노래한다. 결국 싱어 송라이터가 할 일을 싱어 송라이터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것이다. 아픔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희망까지 나눔으로써 그는 자신을 위안하고 세계를 위로한다. 눅눅하게 고립된 슬픔을 넘어 아름답고 따뜻한 내일을 함께하길 기대하는 희망의 전언. 그 어느 때보다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슴에 묻어둔 그의 눈물이 배어나는 작품이다.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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