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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어 <Battle Studie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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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생이 벌써 이만큼 대우받기도 쉽지 않다. 가능성이나 보여줬으면 다행일 나이 서른에 이미 원숙의 경지에 올라섰으니 ‘준비된 거장’이라는 이른 호들갑이 나올 만도 하다. 역시 2006년작 세번째 앨범 'Continuum'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리오의 앙상블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의 열풍으로 신세기 오피니언 리더로의 자격마저 공고히 다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21세기 신데렐라’ 혹은 ‘유망한 기타리스트’에서 그 이상의 존재로 등급 또한 상향조정되었다. 천주교 성인처럼, 그러나 천주교 성인과는 다른 이유로 오라를 뿜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물론 진작부터 그는 항상 좋은 결과물로 차곡차곡 이력을 쌓아왔다. 이미 2003년부터 그래미에 불려다녔다. 그때마다 전혀 아쉽지 않을만큼의 사랑과 환호를 거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처럼 신속 명확하게 레벨 상승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듯 중요한 분기점에서 필살의 공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도 아티스트의 중요한 능력이 아닌가 싶다.

  가망없는 희망을 노래하며 짙은 몽롱함을 부유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 존 메이어는 맞서 싸우겠단 의지를 천명한다. 'Battle Studies'라는 제목부터 적잖이 의미심장하다. 여전히 정갈한 선율을 빌어 그가 말하려는 것은 사랑의 비탄이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상처입히며 대립과 충돌을 반복하였고, 끝내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작별 밖에 남지 않았고, 그래서 폐허가 되어 끝난 사랑 앞에서 인간은 온전히 외롭고, 역시 삶은 전쟁과도 같은 것이라구나, 뭐 그런 대중가요의 사골곰탕, 아니 에센스다. 어쩌면 가장 대중적인 앨범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Heavier Things'를 덜어낸 경량한 버전의 메이어에 아쉬움을 표할 여지는 분명 남아있다. 로버트 존슨의 명곡 ‘Crossroad’를 완판 뉴타입으로 갈음해낼 수 있을 내공을 지닌 그가 고작 유약한 비트, 순량한 리프 위에서 연애 때문에 애끓는 단장이나 노래하고 있음이 못마땅하단 반응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만 한 것이다. 가사 또한 제니퍼 러브 휴이트, 제시카 심슨, 그리고 (특히) 제니퍼 애니스톤 등 J로 시작하는 이름의 여배우들과의 화려한 연애 편력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만드는 면이 없지 않다. 과거엔 순수 성실 청년의 이미지였는데 언제부턴가 짜리시 가쉽 기사의 단골 손님이 되면서 빚어진 자업자득, 아니 부작용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세하게 변화한 명도보다는 여전한 채도이다. 뭐, 따지고 보면 사랑의 실패도 하나의 인생 스터디 아닌가. 이제 겨우 서른 셋. 아직은 ‘준비된 거장’이 ‘거장’으로 진화할 수 있을 시간도 충분히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201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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