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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언더우드 <Play On>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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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가씨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가보다. 며칠 전에는 꿈에도 나왔다. 캐리는 내게 무반주 생 라이브로 불러줄테니 딱 한 곡만 골라보라고 했다. 앨범 석 장짜리 가수에게 리퀘스트 넣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 빌보드 넘버 원에 빛나는 ‘Inside Your Heaven (1집, 2005)’과 랜디 트래비스의 히트곡을 커버한 아름다운 컨템포러리 발라드 'I Told You So (2집, 2007)'를 두고 고민하다가, '하트'의 ‘Alone (1987)’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Top 11 무대에서 불렀던 바로 그 노래다. 이어서 200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불렀던 '이글스'의 ‘Desperado (1973)’까지 청해 듣고나서 잠시 광고 듣고 오시……, 아! 이게 아니지. 그건 그렇고 아이스하키 선수하고 사귀는 게 사실이냐고, 아이스하키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세번째로 야만적인 스포츠인데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맥퍼슨 기타를 들어 내 머리를 후려 친다. 오! 영광일지어다. 평생 언제 또 맥퍼슨 기타로 얻어 맞아 보겠는가. 허나 아쉽게도 그 순간 덜컥 꿈에서 깨어버렸다.


  전반적으로 짜임새가 균일한 앨범이다. 전작 'Carnival Ride'의 성공을 일궈낸 마크 브라이트가 다시 프로듀서를 맡았고, 맥스 마틴이 전혀 의외의 순간에 참여해 고객 맞춤형의 깜찍한 곡 'Quitter'로 절묘한 차별성을 일궈냈다. 힙합 프로듀서로 유명한 마이크 엘리존도와 컨트리 작곡가 브랫 제임스와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퍼스트 싱글 'Cowboy Casanova (빌보드 싱글차트 1위, 빌보드 컨트리차트 1위)'도 흥미로운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현재까지 캐리 언더우드의 성공에 적지 않은 비중으로 기여해왔던 작곡가 힐러리 린제이와 스티브 맥이완 역시 좋은 곡들을 대량으로 풀었고, 'Before He Cheats (1집, 2005)'을 작곡했던 조쉬 키어, 크리스 톰스킨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캐리 역시 일곱 곡의 작곡에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를 존재케 한 일등 공신들과 새로운 조력자들의 분전 속에 앨범은 특유의 활달함과 부드러운 호소력을 적절히 배합한 형태로 완성되었다. 프로모션용으로 지난 10월에 공개되었던 'Mama's Song'이나 세컨 싱글로 커트된 'Temporary Home (빌보드 컨트리차트 8위)' 등에서 보듯, 전작들에 비해 언플러그드적 감성을 충분히 표현해낼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 반응은 전작과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흠잡을만한 부분이 있지도 않을만큼 앨범 자체는 준수하다. 수잔 보일의 예기치 못한 일격으로 앨범차트 넘버 원 자리를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음에도 통산 세번째 플래티넘 앨범 역시 무난하게 달성했다. 물론 항상 좋은 시절만 있지야 않을 것이고 크게 성공한만큼 크게 지워진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부디, 지금 모습 그대로 부침 없이 오래 오래 남아 '아메리칸 아이돌'의 꼬리표 따윈 가뿐히 떼어버리고 그녀의 우상 마티나 맥브라이드처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컨트리 팝의 상징으로까지 성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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