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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페이트 (About Fate, 202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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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다. 마리우스 바커나스의 ‘어바웃 페이트’는 ‘디 아이러니 오브 페이트(엘다르 리이자노프, 1975)’에 바탕한 작품으로 최초로 구 소련 영화를 리메이크한 미국 영화로 기록되었다. 물론 감독이 러시아 출신이므로 (아마 어릴 때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영화를 미국에 건너와 제작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과연 이것을 유효타로 간주해야 할지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사실. ‘소련산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이 (있기야 있겠지만) 어쩐지 쉽게 상상하기가 어렵다. 제목 그대로 운명적 장난이 이어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나 싶은데, 어쨌든 이 리메이크작의 경우는 그렇다. 남자가 취중에 집을 잘못 찾으면서 우연히 얽히게 된 두 남녀가 위장 연인으로 가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이지만 알고 보니 서로 공통점이 꽤 많더라는, 어림잡아 한 오백 번쯤 보았던 (어쩌면 육백번일 수도 있다) 구도의 반복이다. 추억을 소환하는 베니건스의 등장과 (“Get Your Irish On!”) 엠마 로버츠의 전매특허인 눈 까뒤집기 신공 정도를 제외하면 그렇게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 왜 굳이 리메이크를 해야 했는지도 모르겠고 원작 영화 관계자들이 불쾌해한다는 소식을 생각하면 왜 리메이크를 했는지 더더욱 모르겠다. 


  한편 엠마 로버츠는 2018년 이후 네 번째 로맨틱 코미디 출연이고 다음 작품 역시 다이앤 키튼, 수잔 서랜든과 공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메이비 아이 두 (마크 제이콥스, 2023)'이다. 이제야 포트폴리오 비중 재조정에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때를 조금 놓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나마 고른 것이 위장 남친을 동생 결혼식에 데려가는 수준이라는 지점에서는 정말 당혹스러움을 감추기가 어렵다. (어머, 얘. 너희 이모는 겨우 스물네 살 때 위장 여친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새로 쓰며 박스오피스를 박살내셨어!) 사실 그녀는 이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다녔음에도 '낸시 드류 (앤드류 플레밍, 2007)' 이후에는 의외로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잘 맡지 않았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청춘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고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라는 수식어나 예쁜 외모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전후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호러에 과몰입하여 20대를 바치다시피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완전히 예측 불가한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스크림 4(웨스 크레이븐, 2011)’를 시작으로 로버츠는 이 기간 라이언 머피의 작은 뮤즈로 네 시즌 동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FX, 2011~현재)’에서 제시카 랭과 사라 폴슨을 호위하였다. 고르는 영화는 ‘너브(헨리 유스트 & 애리얼 슐만, 2016)’ 같은 것이었으며 고르는 남자도 가재소년… 물론 배우가 연쇄 살인마를 연기할 수도 있지만 그걸 꽤 잘 하는 편이고 그래서 온갖 연쇄 살인마 역할에 연쇄 오퍼를 받는 남자애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야 마땅하겠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차세대 할리 퀸을 찾는 워너브라더스와 DC의 레이더망에 걸리기는 하였지만, 뭐에 홀렸는지 본인이 고사하고 머피 사단의 또 다른 TV 쇼 ‘스크림 퀸즈(FOX, 2015~2016)’를 선택하였다. 물론 그 결과 인류는 전설적인 샤넬 오벨린과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 과감한 선택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거의 '투탕카멘의 저주'와 비견할 정도인 '글리(FOX, 2009~2015)'의 비극을 비롯하여 머피 사단이 쌓아온 죄업이 많고도 많지만 적어도 레아 미셀과 엠마 로버츠 두 사람에 대해서는 두고 두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마땅하지 않은가 싶다.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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