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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1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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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투명인간의 사랑’도 투명하지 않은 보통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다. 만약 <살맛납니다>에서 임채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면 부부를 패닉상태에 빠뜨리는 것은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된다. (도대체 얼마나 악독한 영이기에 임산부에게 산낙지를 집어 던지는 몹쓸 물리력을 행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작품을 하나의 대상(케이티)을 두고 두 존재(미카와 투명인간)가 벌이는 신경전이라고 본다 한들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뭔가의 발자국, 보이지 않는 뭔가의 숨결, 보이지 않는 뭔가의 응시는 이 작품에선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이지만, '사랑과 영혼(제리 주커, 1990)'에선 안타깝고 감동적인 것이었고 '할로우 맨(폴 버호벤,2000)'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한 것이기도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치정극으로의 상상마저 가능해진다. 미스테리 및 호러의 요소가 절제되어 있다는 지적은, 바꿔 말하면 어쩌면 애시당초 그런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점이 중요하다. 침실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다. 카메라는 미카와 케이티가 인지하는 현상이 오해나 환각이 아님을 사실적으로 증명하는 매개다.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미카와 케이티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도구다. 솔직히 카메라에 찍힌 모든 장면이 설명 불가한 것은 아님에도 그들의 두려움이 시선에, 숨소리에, 떨림에 전이되어 있기 때문에 (더구나 이들은 첨단기기를 흡사 ‘제 몸의 일부’처럼 다루는 신인류가 아니겠는가) 최고로 느슨한 장면에서조차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새삼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서 진짜 미스테리를 품고 있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은 이들이 잠들었을 때와 외출했을 때의 단 몇 장면에 불과하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에두아르도 산체스 & 다니엘 미릭, 1999)'의 유산을 이렇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완성한 사례가 이제까지 또 있었을까. 영화를 보다가 겁을 먹은 것도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순간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3일 동안은 새벽에 화장실도 못갔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다. 이 담대한 커플이 ① 절대 다른 방으로 침실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 ② 침대 위치도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 ③ 매일 침실 문을 활짝 열고 잠든다는 사실, ④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불은 꼭 다 끄고 잔다는 친환경 녹색 사실.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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