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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우리집 강아지 뽀삐

낙농콩단/Season 6-10 (2006-2010)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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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름은 뽀삐입니다. 성은 뽀고요 이름은 삐죠. 성과 이름을 하나로 연결하면 뽀-삐, 말 그대로 뽀삐가 되는 거랍니다. 전 쌍문 견씨 비도문파 80대손인 견강부씨 집에 살고 있어요.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그 집 마당에 살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견씨 집안의 개-견으로 살아가는 제 인생이 어떻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보냐고요? 동내 잡종들이요. 이래뵈도 전 뼈대있는 개-견이거든요. 한문도 읽을 줄 알죠. 쌍문 견씨 또한 쌍문동의 지역 유지로 동네 사람들의 존경과 신임을 받는 가문이니 당연히 그집 개 견인 저도 동네 개-견들로부터 그만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요. 쌍문 견씨 집안의 개-견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이 집은 일주일에 두 번 꼭 고기를 구워 먹는 풍습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어 덕분에 저도 호의호강, 별 불만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  다만 뽀삐라는 이름은 80년대 가장 전형적인 똥강아지 이름 혹은 '우리집 화장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럴 권한만 있다면 좀 기똥찬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요. 세상의 많은 개-견들이 가지지 못했던 그런 멋지고 쿨한 이름, 이를테면 '건'은 어떨까요? 개 견과도 발음이 비슷하고, 외자인만큼 여운도 풍부하고, 연예인들 중에도 '건'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미남이더군요. 장동건, 이동건, 김용건…… 기타 등등.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쌍문 견씨 아이들이 저를 애타게 "거언, 거언" 하고 부르는 겁니다. 그럼 저는 의기롭고 늠름하게 네 발을 쌍으로 번갈아 뛰며 달려가는 거죠. 그런 날이 왔음 싶은데 가능이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견강부씨가 제 말을 알아 들어줄까요? 어림도 없죠. 오늘도 쌍문 견씨 아이들은 저를 ‘뽀삐, 뽀삐’라고 부릅니다 (제가 이름을 바꾸고 싶어하는 또 한가지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영락없이 앰블런스 소리 처럼 들린단 말입니다).


 *

  쌍문 견씨 견강부씨네 가족은 모두 여섯입니다. 물론 저를 빼고요. 이렇게나 살갑고 싹싹한 저를 포함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사람 머리만 세었을 때 말이죠. 가장은 저의 주인님이기도 한 견강부씨. 모 대기업 계열의 물류회사 지점장을 맡고 있어요. 마흔 다섯에 그 정도 위치면 높은 건가요 낮은 건가요? 개-견의 사전에는 물류회사란 단어도 지점장이란 단어도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개-견들은 무려 45년씩이나 살지도 못하고요.

​  여하튼 그래도 벌이가 꽤 되는가 봅니다. 그러니까 BMW 세븐 시리즈를 몰고 다니겠죠. 유행을 안타는 세븐 시리즈는 럭셔리함이 완벽히 조화된 진정한 카리스마의 상징이래요. 누가 그러냐고요? BMW 코리아 웹사이트요. 모두 외출하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들어가 인터넷으로 좀 찾아봤지요. 무슨 개-견이 인터넷까지 쓸 줄 아느냐고 묻지 마세요. 저는 그냥 흔하디 흔해 빠진 개-견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어엿한 족보까지 갖춘, 도도하고 품격있는 양가집 개-견이란 말입니다. 인터넷 따위란, 개 껌을 씹기보다 쉬운 일이죠.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쌍문 견씨네 고물 컴퓨터에 파이어폭스를 설치한 것도 접니다. 시간은 금인데 효율적인 웹서핑을 해야죠. 낡고 독점적인 익스플로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한심해서 큰 마음 먹고 손을 좀 봤지요. 쌍문-견씨들의 반응이요? 글쎄요. 그들의 반응이 궁금해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컴퓨터를 쓰더군요. 아마 뭐가 달라졌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쌍문 견씨 집안의 서열 2위 인간은 오말순 여사입니다. 누구인고 하니, 견강부씨 와이프이자 애들 엄마죠. 물론 제가 그렇게 - '애들 엄마'라고 - 부르면 안되겠지만요. 오말순 여사는 주인님 견강부씨보다 호적상으로 나이가 한 살 더 많습니다만 실제로 보면 다섯 살 이상 많아보인다는 것이 동네 개 견들의 중론입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의 중론이기도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깁니다만, 오말순 여사는 꼭 무슨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마녀처럼 생겼습니다. 눈꼬리도 음침하고, 입꼬리도 날카롭고, 언뜻 봐도 얼굴 화장 두께가 5 센티미터는 될 것 같으며, 항상 뭔가에 화가 난 표정인데다가, 무엇보다 개-견을 싫어합니다. 처음 만난 그 날, 그러니까 주인님이 저를 애완동물 샵에서 이리로 데려왔던 운명의 그 날, 기겁을 하던 저 여자의 썩어 문드러진 표정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만약 언젠가 쌍문 견씨 집안의 누군가 절 해꼬지하려 든다면 십중에 팔구는 저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 개-견 밥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는 매정하고 잔혹한 여자입니다만 드물게 손수 제 밥을 차려 갖다주는 소름끼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재수 옴 붙은 날에 저는 혹시 그 밥에 독이라도 들어있진 않을지 은수저를 (부엌에서 스리슬쩍 훔쳐 왔답니다) 꽂아 반드시 확인을 해봅니다. 안 그랬다간 한 방에 인생 종 치는 수가 있을테니까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오여사께서 스크린 골프에 미쳐 곡기를 끊었단 사실입니다. 자기 밥도 안 챙겨먹는 여자가 개-견 밥을 챙겨 주겠습니까? 덕분에 마음이 아주 편해졌습니다. 그깟 골프가 뭔진 몰라도 참말로 감사한 일이죠.

 

*


  보통의 경우, 제게 밥을 주는 사람은 서열 3위 배강새 여사입니다. 예? 이름이 좀 이상해서 그렇지 여사가 맞습니다. 나이는 서른 다섯, 며칠 전에 막 30대의 반환점을 도는 생일을 지났죠. 견강부씨와 열 살 차이가 나는, 그러면서도 쌍문 견씨가 아닌 이 여자가 쌍문 견씨네 집안에서 무슨 사이길래 서열 3위를 차지했는지 궁금하신 분들, 지금 짐작하시는 바로 그겁니다. 세컨드, 본토 발음으로는 세컨, 일본식 발음으론 세깐, 즉 견강부씨의 두번째 마누랍니다.

​  넉살도 좋은 견강부씨는 그녀를 '애들 이모' 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불편합니다. 설령 바람을 피울지라도 (절대 그것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 천지에 도대체 어떤 남자가 저렇게 당당히 작은 마누랄 집에 데리고 들어와 산단 말입니까? 그것도 21세기에.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전 어디까지나 절 이 집으로 데려와 준 견강부씨 편이고 끼니 때마다 꼬박꼬박 제 밥을 챙겨주는 배여사 편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배여사는 마녀에 준하는 오여사에 비하면 천사가 따로 없죠. 젊죠, 따뜻하죠, 상냥하죠, 개-견을 사랑할 줄 알죠, 절대로 상대가 될 수 없는 대결입니다. 견강부씨가 어떤 경로로 바람을 피우게 되었으며 무슨 사연으로 명실공히 작은 마누라를 집에 들이게 되었는지는 속속들이 알 수 없으나, 개-견 인생 팔년에 있는 꼴 없는 꼴 다 봤으니 대충 그림은 그려집니다.

​  겸사겸사 인간 남자들이 왜 세컨드에 집착을 하는지에 대한 이론도 하나 정립을 했습니다. 이름하여 '뽀삐 이론'이라고. 무슨 내용이냐고요? 변수가 많고 수식이 복잡해 말로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견강부씨가 멀쩡한 중형차를 팔고 BMW세븐 시리즈를 산 행위와 작은 마누라를 쌍문 견씨 종가에 들인 행위에는 원리상 차이가 없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우욱……" 하며 동네 개-견들은 더럽고 구역질나고 역한 소리라며 몸서리를 칩니다. 그래서 그 잡종 개-견들이 아직 어린 것들이란 얘깁니다. 그러니까 여지껏 그들이 그처럼 족보도 없는 집안에서 족보도 없는 개-견으로 사는 거죠. 뼈대있는 우리 주인님 견강부씨를 모시고 살려면 그 정도의 일에 충격받거나 놀라선 안됩니다. 그런 사소한 진실을 감당하지 못해선 뼈대있는 애완용 개 견으로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


  바로 서열 4위, 쌍문 견씨 집안의 서열 4위는 유은지 여사, 아니 '여사'라기엔 너무 어리지만 아무튼 그녀가 바로 그 이유가 되겠습니다. 견강부씨와 열 여섯살 차이가 나는, 그러면서도 쌍문 견씨가 아닌 이 여자가 쌍문 견씨네 집안에서 무슨 사이길래 서열 4위를 차지했는지 궁금하신 분들 (설마 같은 개그로 두 번을 우려먹을까 우려하는 분들) 죄송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겁니다. 서드, 본토 발음으로는 떨-으, 일본식 발음으론 싸드, 즉 견강부씨의 세번째 마누랍니다.

​  넉살도 좋은 견강부씨는 그녀를 '애들 누나' 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소름마저 끼칩디다. 정말이지 우리 주인님은 세기의 호걸 아니면 세기의 악당일 겁니다. 어느 쪽이든 더럽게 머리가 비상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자그마치 셋째 마누라까지 얻어놓은 사람을 두고 둘째 마누라가 도덕적으로 옳으냐부터 물을 순 없을테니 말입니다.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셋째 마누라를 들였느냐면 것도 역시 '뽀삐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차를 한 번 더 바꾼거죠. 동급 최강 마력과 연비를 자랑하는 최신형으로. (1974년형을 1980년형으로?)

​  사실 속내를 말하자면 전 견강부씨 머릿 속보다 유은지씨 머릿 속이 더 궁금합니다. 왜 멀쩡하고 아쉬울 것 없는 스물 아홉 아가씨가 중늙은이의 둘째도 아닌 셋째 마누라 역을 기꺼이 받아들였는지 말이에요.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흔히 이런 경우에 인간들은 '돈 때문이다' 라는 짐작을 많이 하는데 유은지씨는 번듯한 일류 대기업 직장도 있을뿐더러 연봉 또한 주인님 연봉보다 많습니다. 제가 월급명세서를 뜯어봤거든요. 깜짝 놀라서 전 순간 체통도 잊고 이렇게 외쳤죠. "이런 썅…… 아니 대체 뭐가 아쉬워서……."

​  아무튼 개-견을 대하는 유은지씨 입장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알러지가 있어 가까이는 못 온다는데 그렇다고 개-견을 배척하거나 박해하지는 않거든요. 개-견만의 예민한 직감으로 알 수 있는 건데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젠 어느만큼 정도 들었고요. 지난 석 달 간의 기억을 찬찬히 돌아보자면 같이 지내기에 꽤 나쁘지 않은 식구란 생각이 듭니다. 하긴 누구든 오여사만큼 지독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오죽하면 견강부씨의 두 아들 - 쌍문 견씨 집안 서열 5위 초등학교 4학년생 견적서와 서열 6위 초등학교 2학년생 견출지, 쌍문 견씨 형제도 자기 엄마보다는 이모와 누나를 더 좋아할 정도라니까요. 얼마전에는 놀이터에서 작은 놈 출지가 큰 놈 적서한테, "형아, 실은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누나랑 다섯 식구로 살았으면 좋겠어" 라더군요. 그랬더니만 큰 놈 적서가 "나도 그래" 라고 답했죠. 쌍문 견씨 집안의 귀염둥이 애완견으로 제 의견을 말하라면,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


  다만 박학하고 다식한 저조차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저 지독하고 악독하며 표독스럽기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말순 여사가 어떻게 두 눈 멀쩡히 뜨고 남편이 작은 마누라에 셋째 마누라까지 들이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하는 겁니다. 진작에 난장판을 피우고도 남을 일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그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적이 한번도 없었단 말입니다. 아무래도 뭔가 대단한 책이 잡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  제 꿈 중의 하나가 영화 감독이라는 말씀을 드렸나요? 가끔 저는 일상에서 얻은 소재를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상상을 즐기는 개-견입니다. 당연히 이 네 남녀의 기묘한 동거로부터도 상당한 영감을 받고 있답니다. 서로 발을 뺄 수 없는 견고한 운명의 올가미에 엮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니……. 아! 총잡이라면 필경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 카다. 아니면 카텟이거나. 

  오여사는 배여사를 '둘째 동서'라고 부르고 유은지씨를 '셋째 동서'라고 부릅니다. 배여사는 오여사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유은지씨를 '동서'라고 부릅니다. 유은지씨는 오여사를 '큰 형님'이라고 부르고 배여사를 '작은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주인님, 견강부씨는 오여사를 '애들 엄마', 배여사를 '애들 이모', 유은지씨를 '애들 누나'라고 부릅니다. 애들 쌍문 견씨 형제도 아버지 말씀에 준하여 오여사를 '엄마', 배여사를 '이모', 유은지씨를 '누나'라고 부릅디다. 복잡하죠? 맞아요. 복잡해요. 그렇게 쌍문 견씨 집안은 오늘도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 귀염둥이 뽀삐와 함께.

*


  아, 저기 견강부씨가 들어옵니다. 저는 쌍문 견씨 집안의 개 견으로 그 임무를 다하기 위해 그에게 달려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금방이라도 권력의 추가 제게로 기울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견강부씨는 자상하게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오말순 여사에게 말을 꺼냅니다.
- 임자, 애들 이모가 아픈 거 말이야.
  애들 이모라면 서열 3위 배강새 여사입니다. 배여사가 아프기 시작한지는 일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감기 증세처럼 보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심해졌어요. 발열에 오한에 구토…… 시름시름 앓더니만 지금은 거동이 불편할 정도가 되었죠. 때문에 저도 지난 며칠간 밥을 제 때에 얻어먹질 못했어요. 오말순 여사가 개 견에게 밥을 챙겨줄리는 없으니 (스크린 골프에 빠져 자기 밥도 안 챙기는 여자인걸요) 하릴없이 애들 누나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거든요.
- 뭐래요? 점쟁이가?
  아니!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야지, 미아리 고개에 가서 점쟁이를 만나고 오면 어떻게 한답니까? 정말 답답해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동산병원에서 못고쳤다고 아예 다른 병원은 가볼 생각도 안하네요. 쌍문동 동산병원의 원장은 일흔 먹은 파파 할아버진데 배여사를 진찰하고 나선 '너무 늦었네. 고칠 수 없는 병이로구만' 이라고만 했다나봐요. 무슨 병인지 병명이라도 얘기해주지도 않고서 말이에요. 의사가 그런다고 순순히 집에 돌아와 며칠을 그 문제로 왈가왈부하더니만, 결국은 점집에 갔다왔는가 봅니다.
- 아무래도 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군.
- 투기요? 어머머, 우리가 투길 한 게 뭐가 있답니까? 집이라곤 달랑 이 쌍문동집 하난데. 서초동에 꼬딱지만한 빌딩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건 아버님한테 물려 받은거지 투기가 아니잖아요.
- 그 투기(投機)가 아니라 임자, 그 투기(妬忌)를 말하는 게야.
  강샘이란 얘깁니다. 어려운 말로는 모질(媢嫉), 쉬운 말로는 질투죠. 옛말에 '투기를 잘하는 부인은 집안에 있는 첩을 투기할 뿐만 아니라……' 할 때 그 투기죠. 제가 궁금한 건 견강부씨가 자기 입으로 점쟁이에게 '난 마누라가 셋이요' 하고 털어놓았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고해를 들었다면야 아무리 돌팔이 점쟁이라도 투기를 원흉으로 떠올리지 아니할 수는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만약 순순히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마누라가 셋인걸 맞췄다면, 그는 진짜 점쟁이가 맞을 겁니다. 기회만 된다면 저도 한 번 가서 만나보고 싶어요. 물어볼 게 많거든요. 내년에는 바이오 테마주가 반등할까요? 혹은 꽃피는 봄이 오면 과연 내 님이 오실까요? 등등.
- 투기라니요. 그럼 셋째 동서가 둘째 동서를 질투하여…… 설마!
  오말순 여사가 놀란 토끼눈을 합니다. 허나 그 날카롭고 부박하게 주름진 눈은 아무리 크고 맑게 뜨려고 해도 토끼눈이 될 수 없나 봅니다. 영락없는 개호주의 눈깔이라 오도독 소름마저 돋습니다. 뭐랄까요. <조선왕조 오백년>의 재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투기로 저주행위를 하고 그래서 누가 병에 걸린다는 발상부터가 사실 <조선왕조 오백년>에나 나올 얘기가 아닙니까?

​  더 웃기는 부분은 이 사태를 기술함에 있어 주어와 목적어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가는 오여사의 기술입니다.  정말 그런 이유로 '애들 이모'가 아프다고 한다면 한 사람 더 엮여있는 셈이 아니겠어요? 바로 오여사 본인 말입니다. 쌍문 견씨 집안의 귀염둥이 개-견으로 제 의견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신다면, 전 오말순 여사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견강부씨도 자기는 쏙 빼놓고 끼워 맞추려는 능구렁이 오여사가 못마땅했는지,
- 그럴리가 있겠소만.
하고 얼버무리고야 맙니다만, 그럼에도 오여사는 포기하지 아니하고,
- 점쟁이가 돈 받고 한 말이라면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니잖아요. 한번 진상을 알아보는 게 좋겠어요.
라고 선언합디다. 뭐가 그렇게도 신바람이 나는지 골프 모자를 던져 놓고 공책과 볼펜을 챙겨 들더니만 수사 반장 스타일의 트렌치 코트를 휘날리며 대문을 나서더군요. 진상을 알아본다는 게 점집에 직접 가보겠다는 얘기였던 겁니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죠. '애들 누나(셋째 동서)'가 '애들 이모(둘째 동서)'를 해치우려고 벌인 일이라기엔 동기가 너무 약합니다. 유은지씨는 배강새 여사보다 여섯살이나 젊어요. 오말순 여사보다는 열일곱살이나 어리죠.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있고 자립이 가능할만큼 돈도 벌죠. 젊음과 미모, 그리고 파워 홀더 - 쌍문 견씨 종손 견강부씨의 마음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무기인데 무리하게 일을 벌일 이유가 없거니와, 혹여 공작에 나선다면 서열 3위가 아닌 서열 2위를 먼저 노려야 맞는거죠. 반면에 오말순 여사는 배강새 여사보다 열한살이나 많죠. 유은지씨보다는 열일곱살이나 많죠. 주름과 독기만 남았죠. 파워 홀더 마음의 일퍼센트도 차지하지 못한 형국이죠. 제가 보기엔 모든 동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


  오말순 여사가 돌아온 것은 밤 여덟시가 넘은 이후였습니다. 오여사는 대문을 들어오기가 무섭게 장작을 모아 마당의 중앙에 쌓아 놓았죠. 캠프파이어라도 하려나? 저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마당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상황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았습니다. 오여사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사방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부적 아래에는 각각 짚단 인형을 하나씩 세워 놓았고요. 또 부엌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의자를 가져다 마당에 늘어 놓았습니다. 여섯 개. 쌍문 견씨 집안의 사람 머리 수만큼 입니다. 그런 다음엔 (어디서 났는지) 꽹가리를 들고 전원 집합을 지시했죠. 심지어 몸져 누워있는 배강새 여사까지 나오라고 말이에요. 배여사가 자리에서 끙끙거리며 잘 일어나지 못하자 오여사는 손수 부축하여 기어코 마땅까지 끌고 내려왔지요. 

​  모두가 모이자 오여사는 의자 여섯개의 자리를 잡고 각자에게 알맞은 위치를 배분했는데, 스스로가 모두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심판의 자리를 차지했고 살짝 비껴있는 그 옆 자리는 쌍문 견씨 종손 견강부씨가 앉게 되었습니다. <참견하지 말고 잠자코 지켜 봐>라는 자리죠. 멀찌감치 일렬로 배열된 <잠자코 구경이나 해> 세 자리는 각각 아픈 배여사와 견강부씨 아들들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마지막 한자리, 모두에게 둘러싸인 모닥불 바로 앞의 자리가 바로 애들 누나이자 셋째 동서, 유은지씨의 몫이었습니다. 막 퇴근하고 들어온 그녀는 얼떨결에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앉아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모닥불은 바삭바삭 타오르며 회백색의 재를 여름 밤의 어둠 속으로 뿜어 올렸습니다.

- 아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
  견강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여사는 호통을 내지릅니다.
- 네, 이 년! 네 죄는 네가 알렸다!
  꼭 무슨 사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긴 당연한 일이죠. 사극을 보고 흉내낸 것일테니.
- 무…… 무슨 말씀이세요? 큰형님.
  쌍문 견씨 집안의 서열 4위 유은지씨가 펄쩍 뛰었습니다.
- 네년이 둘째 동서를 저주해서 저리 변고가 생긴 게 아니냐.
- 아니에요. 그런 일 없습니다. 제가 무슨 이유로 형님을 저주하겠어요?
- 닥쳐라!
  정말 사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서슬에 기가 죽은 유은지씨는 닥치란다고 정말 닥치더군요.
- 이게 뭐 하는 짓이오. 그만두고 다들 일어납시다.
  보다 못한 견강부씨가 중재에 나섰지만,
- 입 다물고 앉지 못해요?
  바싹 독이 오른 오여사의 일갈에 한 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주저 앉고야 말았답니다.

- 점쟁이에게 물었어요. 만약 정말로 투기가 둘째 동서가 죽을 병에 걸린 원인이라면 어떻게 죄의 여부를 판가름해야 하겠느냐고 말이에요.
  오여사는 견강부씨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습니다. 견강부씨는 어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표정이었고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평소 때의 오여사라면 감히 저러지 못할텐데 말이에요. 이제껏 둘째 마누라와 셋째 마누라를 들이는 남편 견강부씨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있었잖아요. 분명 뭔가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사건이 있어 둘의 관계가 빈대떡 뒤집어지듯 위 아래가 바뀐 것이 틀림없습니다. 
- 그…… 그랬더니?
- 집에 개를 키우느냐고 묻더군요.

  돌연 등골에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십년 묵은 개백정이 잘 벼린 날카로운 칼로 등짝을 살곰살곰 흩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갑자기 가만히 있는 저를 물고 늘어지는 저의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 개? 개가 뭐? 뽀삐…… 얘기야?
- 우리 있잖아요. 개. 그래서 있다고 했죠.
  오여사는 그 역겨운 이중 턱을 고고하게 치켜들고 절 내려다보았답니다. 오! 신이시여! 그러더니만 이렇게 말하고야 마는 것이었습니다.
- 점쟁이가 흥미로운 사실을 일러주더군요. 투기의 죄를 개로 판별할 수 있단 거예요.
- 개로? 우리 뽀삐가 어떻게?
  그러게? 정말 어떻게? 제가 무슨 수로 그런 걸 알아낼 수 있겠어요. 경찰견도 아니고 말이에요. 아무리 혈통이 좋아도 그렇죠. 그래도 주인님이 '우리 뽀삐'라고 불러 주셔서 한 시름 놓았어요. 제가 제일 듣고 싶어하는 말이랍니다. '뽀삐'라는 이름은 싫지만 '우리 뽀삐'라는 말은 들으면 마음이 놓여요.
- 개는 잡귀를 막는 신성한 동물이니까요. 잘 들어봐요. 먼저 개를 마당 한 가운데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입을 벌리는 거예요.
  오여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하나 하나 숙련된 동작으로 선보여주더군요. 그 억세고 자비없는 손 아래 허공엔 아무 것도 없었지만, 혹시나 만약 제가 그 우악스러운 손에 잡힌다면…… 맙소사!
- 그 다음엔?
-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깔대기를 삽입하는 거죠.
  오여사는 어디서 났는지 아주 무식해보이는 플라스틱 깔대기를 뒷춤에서 꺼냈습니다.
- 그래서?
- 그리고는 이 약을 먹이는 거예요. 뽀삐 입에, 한 숟갈 씩.
- 그게 뭔데?
- 비상(砒霜)이요.
  뭔가에 얻어 맞은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 비…… 비상? 그거 독약이잖아. 그걸 어디서 났어?
- 쓸떼없는 걸 궁금해 하진 말고요. 적서 아빠, 아주 간단해요. 셋째 동서한테 정말로 죄가 없으면 뽀삐는 살아날거예요.
- 뽀삐가 죽으면?
- 죄가 있는 거죠. 셋째 동서한테.
- 무슨 죄?
- 투기의 죄.
- 그럼 뽀삐는?
- 아마 일곱 구멍으로 피를 쏟고 죽겠죠. 죄 많은 셋째 동서 때문에…….
- 억지잖아.
- 억지 아니에요.
- 억지야.
- 그럼 내가 마시고 죽을께요. 젊은 년들 데리고 천년만년 호강하며 살아요.

  주인님은 오여사가 약병을 열지 못하도록 재빨리 팔을 잡았습니다.
- 아니, 이거 봐. 임자. 애들 누나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지금이 이럴때야? 애들 이모가 아프잖아. 가뜩이나 집안이 어수선한데…….
- 그래요, 형님. 제가 아픈 게 왜 막내동서 탓이겠어요.
  파리한 얼굴의 배여사마저 거들고 나섰습니다.
- 반송장은 끼어들지마! 지금 네 년이 골골대서 집안에 이런 분란이 생긴거잖아!
- 아니 임자, 왜 또 아픈 사람한테 그래? 애들 이모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 순간 오여사의 밉상 눈꼬리가 번쩍 치켜올라갔습니다.
- 그러니까 내가 마시고 죽겠다니깐. 내가 죽으면 니네 잘 사는지 어디 두고보자. 내가 쌍문 견씨 집안의 귀신이 되어 밤마다 찾아올거야. 니년들 뼈를 갈고 살을 저며서 꿀떡꿀떡 마셔줄테다! 어디 두고봐라! 내가 그럴 수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견강부씨 아들들 - 견적서와 견출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 어허! 임자, 애들 듣는데서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


  한바탕 난리굿 속에서 저는 슬금슬금 대문쪽으로 움직였습니다. 티가 나지 않도록, 상체는 그대로 두고, 시선 또한 여전히 그쪽을 주시하는 상태에서 다리 하나씩 번갈아 움직였지요. 

  당연하잖아요. 묽히지도 않은 비상을 먹여놓고 개 견이 죽으면 유죄요 개 견이 살으면 무죄라니요. 그건 무지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닙니까? 마치 죄수의 다리에 돌을 묶어 물에 빠트린 다음 가라앉어 죽으면 무고한 사람이요 물 위로 떠오르면 죄인이라는 식이잖아요. 절벽에서 밀었을 때 떨어져 죽으면 사람이 아니요 살면 마녀라는 중세의 논리와 다를 게 뭐랍니까. 게다가 하려면 저희들끼리나 하지, 가만히 있는 엄한 저는 또 왜 물고 늘어진답니까? 이런 법이 세상천지에 어딨답니까? 개한테 맹독을 먹인다니요. 위키피디아를 뒤져봐도 그런 건 나오지 않을 겁니다. 

​  역시 저의 천부적 예감이 맞았어요. 언젠간 저 마녀같은 오여사가 날 골로 보낼 계획을 세울 줄 알았고 언젠간 애들 이모와 애들 누나를 몰아낼 속셈일 줄도 알았어요. 그 두가지를 이처럼 멋지게 한 큐에 끝내버릴 줄이야 몰랐지만요. 아! 생각보다 머리가 비상해요. 정말 무서운 여잡니다. 전 도망칠 겁니다. 꽁지가 빠지도록 달아나는 건 뼈대있는 개-견으로 할 일은 아니지만 복수를 위해선 이 천한 목숨을 조금 더 부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슬프지만 별 수 있나요? 일단은 살아야죠. 살 겁니다. 그래서 복수할 겁니다. 저 마녀같은 오여사한테 이 수모를 천배 만배로 갚아줄 겁니다. 그래서…….

- 어머, 뽀삐 어딜 내빼니?
  갑자기 억센 손이 제 목덜미를 잡아챘습니다. 언제 다가왔는지 오여삽니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엄마야! 날 살려주세요.) 컹컹 짖어보았습니다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여사는 자기가 계획한 바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널판지 위에 강제로 눕혀졌고 사지를 쇠사슬로 붂여 꼼짝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리 주인님, 견강부씨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주인님은 안쓰러운 표정이었으나 나설 수는 없다는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이럼 안되요. 이래선 안돼요. 제가 여지껏 쌍문 견씨 종가에 바친 충성과 의리를 생각해야죠. 역시 옛말이 맞아. 토사구팽이라고, 아쉬울 게 없어지면 인간이란 동물들은 정말…… 

​  오여사는 제 주둥이를 벌리고 깔대기를 꽂았습니다. 무식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깔대기를 무식하게 쑤셔넣은 덕분에 목구멍 안쪽이 세차게 긁혔지만 아프다고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안돼요! 안돼요! 당신들이 나한테 이러면 안돼요!) 버둥거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뭔가가 목 안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아아, 마치 숯불을 통째로 삼킨 느낌이었어요. 남은 기운을 다해 발버둥을 치자 오여사는,
- 한 숟가락으로는 부족한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만 한 숟가락을 더 덜어 깔대기에 넣었습니다. 오오, 가시덤불이 뱃속에서 춤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오여사의 무식함이란 도대체! 원래 비상은 너무도 독한 약이라서 누군가의 독살을 계획한 무리들조차도 조심에 조심을 기울여 사용하던 것이었습니다. 국이나 탕에 아주 조금씩만 섞어 표가 나지 않도록 서서히 죽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런 걸 딸기맛 감기약 '부루펜 시럽'처럼 넓은 스푼으로 마구 먹이는 건 도대체…….
- 점쟁이가 몇 숟가락까지 먹여서 결과를 보면 된다고 그랬는데?
- 그런 얘기까진 안 했어요.

  오여사는 또 한 숟가락을 덜어 넣었습니다. 기분이 오익우익에익 했습니다. 얼라블라일라 하니까요. 우에이에유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팔다리가 수전증 환자처럼 파르르르 떨렸습니다. 이렇게 먹였는데도 아니 죽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겁니다. 지금 오여사는 애들 이모(둘째 동서)와 애들 누나(셋째 동서)를 일타삼피로 보내버릴 속셈인 겁니다. 

​  속에 감각이 없어졌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요. 하지만 등짝이 축축한 걸 보니 뭔가가 밑으로 빠져나온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확인할 수도 없었지만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슨 눈물이었을까요? 서러움의? 분노의? 안타까움의? 참회의? 그러가나 말거나, 악마같은 오여사는 한숨을 푹 쉬며 약병 뚜껑을 다시 열었죠.
- 아무래도…… 한 숟가락 더 먹여봐야겠는데.

  제 이름은 뽀삐입니다. 뼈대있는 가문의 양식있는 개-견이고요. 쌍문동에서 가장 존경과 신임을 받는 쌍문 견씨 집안의 사랑받는 개-견이었습니다. 위엄있는 개-견으로 태어나서 위엄있는 개-견으로 살다갑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개와 인간이 아닌 제 3의 존재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은 뽀삐입니다. '뽀삐'보다는 '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긴 했지만.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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