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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외계인이 나타났다

낙농콩단/Season 6-10 (2006-2010)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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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이 나타났다. 외계인을 외계인으로 정의내릴 마땅한 근거가 없어 고민할 여지도 주지 않을만큼 명명백백한 외계인이다. 외계인을 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외계인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있겠냐던 사람들조차 처음 딱 보는 순간에 두 손을 번쩍 들게 만들 순혈 진퉁 외계인이다. 외계인은 괴상하고 유별난 버릇을 가졌다. 지구인의 문자를 보는대로 보이는대로 무조건 다 소리내어 읽는 버릇이다. 음, 그 놈 참 어학을 대하는 자세가 되었군. 하지만 그 남다른 발성기관을 도통 다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나 신경이 쓰인다. 또 외계인은 독특하고 신기한 재주를 지녔다. 문자를 소리내어 읽되 그 음가를 문자 본래의 것이 아닌 도레미파솔라시도로 제 멋대로 정의내린다는 것이다. 가령 A는 도, B는 도#, C는 레, D는 레#, E는 미, 뭐 이런 식이다. 우리 말을 논하자면 기역은 도, 니은은 도#, 디귿은 레, 리을은 레#, 미음은 미, 뭐 이런 식이다. 외계인이 지구의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어디에서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혹자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로버트 와이즈, 1965)’의 중국산 해적판이 쟤네 은하계까지 밀수되어 들어갔던 게 아닐까 추측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외계인이 어떻게 지구 문자의 제 구성요소들은 각기 분리해낼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눈치만 백단으로 무섭도록 진화한 종족이 아닌가 싶지만 그 또한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시끄럽다. 말도 못하게 시끄럽다. 닥치는대로 보이는대로 모두 읽어내어 외쳐대고 돌아다니니 시끄러워 돌아버릴 지경이다. 각 동네 경찰서마다 신경이 곤두서 살 수가 없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당국에서는 외계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던지 눈에 안대를 씌우던지, 둘 중 한 가지를 강행할 것을 논의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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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은 사람과 좀 다르게 생겼다. 누구나 예상하던 대로다. 일단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눈도 부리부리하고 코도 오똑하다. 전체적으로 좀 길다. 목도 길고 팔도 길고 다리도 길다. 물론 눈이 세 개이고 팔이 네 개인 것이 이상하기는 하다. 그러나 자꾸 보다보니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력적이다. 뭐랄까,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잘 생기고 잘 빠졌다. 특히 정말 잘 생겼다.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구인 중에 잘 생긴 이가 있고 못 생긴 이가 있다면 외계인 중에는 대체로 잘 생긴 이만 있는 듯 하다. 외계인의 환영 파티에 각국의 미남 영화배우들이 명예대사 격으로 초청되었다. 예상보다 훨씬 잘생긴 외계인의 등장에 긴장한 나머지 어떤 멍청이가 급조해 낸 아이디어다. 조지 클루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까지. 파티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외계인들 앞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아담 샌들러처럼 보였다고 한다. 브래드 피트도 로완 앳킨슨처럼 보였다고 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다. 외계인들은 잘 생기기도 했지만 잘 빠지기도 했다. 흔히 외계인이면 응당 배가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외계인들은 전혀 배가 나오지 않았다. 윗배와 아랫배 모두 나오지 않았다. 팔이 네 개다 보니 지구인에게 없는 근육도 많아 상대적으로 더 균형잡혀 보이는 감도 없지 않다. 이들의 눈에는 오히려 지구인들이 배불뚝이 외계인으로 보인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다이어트에 민감하던 지구인들은 더욱 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피트니스 센터로 몰려갔다. 나도 따라갔다. 트레이너가 말했다.
- 윗배는 단기전이고 아래배는 장기전입니다.
좋겠다. 외게인들은. 장기전이고 단기전이고 필요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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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중에는 시인이 많다. 시인이라는 직함은 편리하다. 아시다시피 어디서 인정받아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증빙서류를 떼어와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막말로 자기가 시인이라고 우기면 별 도리가 없이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인이다. 동네 할머니 중에도 시인이라 우기시는 분 적지 않다. 친구 아버지 중에도 시인이라 명함 건네시는 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시인이 많았나? 이거 시인만 모아도 광역시 하나는 세울 판이다. 두보 이백의 혼을 가지신 순혈 진퉁 시인들께는 송구하고 또 송구한 말씀이지만 그게 바로 시인의 속성이 아닌가 한다. 시인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외계인의 감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대의 삭막하고 메마른 지구인들과는 달리 외계인은 감정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왕성하다. 아직 지구 언어와 싱크로가 이루어지지 않아, 도레미파솔라시도 빽빽거리고 땍땍거리는 소리는 그 옛날 16화음 수준 벨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지만, 그 속뜻이 훌륭할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끔 아름답게 들리는 면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시끄럽고 땍땍거리기로 치면 사실 지구인의 언어만한 것도 없지 않은가 하는. 미움이나 증오나 질투나 시기나 원망이나 거짓이나 욕심 같은 것들이 우리 지구인의 언어에는 너무 많이 녹아들어 버렸다. 그에 반해 외계인의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비록 머리가 돌아버릴만큼 시끄럽기는 하지만, 알프스 초원의 산들바람처럼 맑고 상쾌한 느낌도 있다. 사실 시를 이해하기에는 내가 너무 시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멋쩍다. 외계어를 배워 때묻지 않은 외계인의 감성을 배워보고자 ‘로제타 스톤’을 주문하려고도 해봤지만 아직 외계어 토탈리 5단계 과정은 개발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언제 출시되나요?" 라고 묻자 상담원은 "글쎄요" 라고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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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의 피는 녹색이다. 가설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외계인의 피에 헤모글로빈 대신 헤모시아닌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녹색 피를 가진 곤충이나 파충류들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그들 별의 물과 음식에 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혈액에 황 성분이 많이 유입되면 피가 녹색 빛을 띨 수 있다는 내용을 TV 시리즈 ‘Crime Scene Investigation(CBS, 2000~ )’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기억도 있다. 지난 2005년 벤쿠버에 사는 40대 남자의 수술중 짙은 녹색의 피가 발견된 사례가 의학 전문지에 실렸던 것도 기억 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녹색 피는, 아무래도 징그럽다. 가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징그럽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다. 지구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잘 생기고 준수한 외모의 외계인이 나타났음에도 그 속 내용물은 여전히 호감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구인들에게 망각했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특히 교회 다니는 '지구 사람' 중에는 외계인에 강경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독실한 신자는 물론이고, 순전히 청소년기에 '여자 사람' 때문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조차 목소리를 높여 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규탄했다. 곳곳엣 테러가 일어났다. 단도를 들고 돌아다니며 외계인의 엉덩이를 찌르는 집단이 생겨났다. 지들 딴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곳을 보여준다고 고른 셈인데 문제가 있었다. 외계인의 신체 구조는 지구인과 달라 엉덩이에 가장 중요한 혈관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분수처럼 녹색 피가 쏟아져 나왔다. 외계인은 지구인보다 피가 2배쯤 많았다. 정말 분수 같았다. 터진 소화전 같기도 했다. 공룡의 뱃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책 속 이차돈의 일화를 떠올렸다. 교회 사람들은 소책자를 펼쳤다. 그들이 늘상 가지고 다니는 포켓북 사이즈의 작은 책자 말이다. 이 책자의 한 페이지는 절벽의 이쪽 편이다. 한 페이지 건너 그 다음 페이지에 절벽의 저쪽 편이 있다. 한 쪽은 죄인의 삶이고, 다른 한 쪽은 영생의 길이다. 이를 반으로 차곡차곡 접으면 양쪽의 절벽이 맞닿고, 짜잔! 영접! 곧 죄인의 삶이 영생의 길로 이어지는 것이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녹색 피 아래서 교회 사람들은 행인들을 붙잡고 짜잔! 소책자의 영접 마술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쳤다. 평소 "기업에 녹색 피가 돌아야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던 한 유명 기업가는 그 참사를 목도한 이래로 다시는 자신의 잘난 지론을 입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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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겪어본 외계인에 따라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나쁘다는 사람도 있다.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개인차가 크다는 뜻이 아닌가 한다.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 외계인은 대체적으로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 지구인과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 혹은 그런 오해로, 좀처럼 이해받지 못하는 성격말이다. 외계인은 보통 조용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성별 구분이 없는 외계인은 반쪽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스스로 완전체가 되어 고요히 고치 안에서 침잠하기를 원한다. 외계인은 조용하지만 복잡한 존재다. 외계인의 꿈은 8848미터의 에베레스트 산 보다 높다. 외계인의 속은 1만 1304미터의 비티아스 해연보다 깊다. 그런 외계인이 싫어하는 것은 역시 단체행동과 조직문화를 숭상하는 지구인들의 경향이다. 특히 일부 동양쪽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할 때는 다 같이 하고 말 때는 다 같이 말자'는 화끈한 유전적 특질이야말로 외계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다. 물론 외계인이 지구 생활 적응을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는 가짜 산타다. 가짜 산타는 해볼만한 일이다. 가짜 산타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빨간색 털옷도 입어야 하고, 빨간색 털모자도 써야하고, 솜사탕만큼 수북한 수염도 붙여야 하는 그것이 어려운 일 일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짜 산타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학습지 방문교사, 꽃배달 아르바이트, 레스토랑의 발레파킹 직원이 훨씬 더 어렵다. 가짜 산타가 까짓거 해볼만한 일인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진짜 산타'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 산타가 없음으로 인하여 가짜 산타는 나름의 존재적 의미를 구축한다. 외계인은 있지만 산타는 없다. 가짜 산타는 가짜지만 진짜가 없는 가짜다. 그래서 외계인도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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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視覺. 보다. 눈에는 인간이 가진 감각 수용기의 70퍼센트가 모여져있다.  聽覺. 듣다. 인간은 들을 수 있기에 비로소 말할 수도 있게 된다. 嗅覺. 맡다. 후각은 인간의 가장 둔한 감각이면서 동시에 가장 예민한 감각이다. 味覺. 맛보다. 인간은 음식을 먹어 생명을 유지하고 그 맛을 느낌으로 행복을 누린다. 觸覺. 느끼다. 피부감각은 인간이 가장 강하게 느끼고 가장 간절히 원하는 감각이다.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이렇게 다섯가지 감각을 가리켜 오감이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다섯가지만으로는 정확히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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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고향에 대해 알고 싶어, 라는 뜻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두 팔,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야만 했다. 외계인처럼 팔이 네 개라면 훨씬 더 편했을런지 모른다. 복원된 청계천을 걷다 말고 외계인은 난간 밖을 가리켰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뭐가 있나 확인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코스모스가 몇 송이 피어있기는 했다. 설마 코스모스 말하는 거야? 외계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야 원,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자세히 보기 위해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 했다. 윗배와 아랫배가 동시에 접히는 느낌이 들었다. 코스모스는 난간 위와 난간 아래의 공간 어딘가에 위태하게 피어있다. 도시의 길을 닦고 건물을 올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잇 공간에서 코스모스는 '덜컥' 자라버렸다. 그리스말로 코스모스는 우주다. 우주도 처음에는 그렇게 예정되지 않은 자리에서 '덜컥' 자라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기에 그런 코스모스를 담으려고 카메라를 난간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코스모스가 가을에 피는 꽃이고, 가을이 아니면 코스모스가 피지 않을진대, 여기 코스모스가 피어있으니, 정말로 가을이 와버렸구나!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코모도스가 아닌 코스모스가 맞다. 이제 에누리없는 가을이다. 너희는 알고 있었니? 외계인에게 물었다. 외계인은 대답 대신 조용히 웃기만 했다. 하긴 뭐라 해줘도 소용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최 니들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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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로제타스톤’의 외계어 토탈리 5단계 과정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구글 번역'에는 외계어 변환 기능이 추가되었다. 안드로이드폰에는 조만간 음성 번역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아무 외계인을 찾아가 아무 말이나 해보라고 했다.

"그건 양상추입니다. 밤 하늘을 날아가는 마녀의 빗자루같은 것이지요. 플레인 요플레가 필요해요. 마리아나 해구를 찾아서도 떠나야해요.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올라요. 리스테린을 입에 가득 물고 에어컨디셔너를 청소해야 해요. 2채널 스피커는 언제나 옵션이지요. 주서기와 컵케익이에요. 해리 코닉 주니어가 그려진 딱풀과 사과맛 방향제가 좋아요. 맞춤법과 교정의 실제는 마법같은 쓰레기 책이에요. 팅커벨이 졸리운. 관장 번지점프를 하네요. 나는 더 이상 칼렌듈라를 믿지 않아요. 레오나르도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건 제우스의 주사위, 디기칼리스인 걸요."

  짜식이 진자 아무 말이나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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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이 물러갔다. 누가 오랜 적도 없는 데 왔다가, 누가 가란 적도 없는 데 갔다. 감기와 지구인들의 텃세도 한 몫을 하지 않았는가 싶지만 어쨌든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에어리언 인베이젼'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외계인은 눈치가 빠르다. 백단이다. 누가 자길 좋아하고 누가 자길 싫어하는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지구인 중에는 교회 사람들처럼 외계인이 물러가주길 물 떠놓고 기도한 부류도 있었지만, 나처럼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었다.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어릴 적 가족들끼리만 지내는 주말보다 손님이 많아 북적거리는 주말이 더 좋고 두근거렸던 것처럼, 지구에도 지구인들끼리만 사는 것보다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일런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커다란 접시를 만들었다. 떠나버린 외계인에 연락을 취하기 위함이다. 딸깍. 신호가 갔다.

삑삑삑 삑삑삑 삑삑삑삑.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덜컹.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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