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2 (Cinq Fois Deux, 2004)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0. 14.

본문

  영화는 이혼 사무소에서 시작된다. 변호사는 더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한 쌍 남녀의 한 시절이 남긴 물질적, 비물질적 결과물을 케잌 자르듯 나누어 분배한다. 아이만은 공동양육이나 여자가 키우고 남자는 정해진 시간에 면회. 마치 남의 일인양 멍하니 앉아있다가 서명하라는 곳에 서명하니 그걸로 끝, "2003년 2월 17일 두 분의 이혼이 확정되었습니다." 이거 너무 쉽군요. 얼이 빠진 사람처럼 그 곳을 나와 집에 돌아온 부부는 (이제  더 이상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닌 이 부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를 상실한 일이지만, 어색하게 관계를 가진다. 여자는 여전히 남자를 염려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걸로 끝. 한 번 말끔하게 잘라진 절단면이란 세상 그 어느 강력한 접착제로도 복원할 수 없다는 듯, 한 번 못을 박았다가 빼어 버린 추억과 균열의 흔적이란 아무리 정성껏 메워도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듯, 남녀는 사실상 작별한다.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연애와 결혼의 서사가 통속극의 원형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악동 프랑소와 오종에게는 그마저도 남들 다하는대로 만들어서는 아니될 것이었던 듯 하다. 그는 이 남녀의 사연많은 세월을 역순으로 배치한다. 즉 이혼하는 날로부터 시작해 불륜과 일탈을 기억하던 날, 아이를 낳던 날, 결혼하던 날, 그리고 처음 만난 날까지 시간을 되짚어간다. 구성은 잔재주 없이 명료하다. 회상을 오가는 질척한 감상과 복잡한 배치 대신 묵묵한 암전을 사이에 두고 가타부타 없이 다섯 날의 다섯 가지 이야기를 평행으로 배열한다. 따라서 시점의 가중치 없이 사연의 무게도 균등하게 분산된다. 그래서 제목도 ‘5×2’ (물론 '수납양문책장'과는 상관이 없다). 다섯 가지 사건, 그리고 두 사람. 산술적으로라면 그 결과가 '5×2=10'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겠으나 역방향 케이티엑스처럼 멀미나도록 딸려가는 이들의 사연은 '5×2=1, 0'에 가깝다. 마지막엔 결국 혼자 남았고 누가 무엇을 더 얻고 더 잃었는지 알 수 없는 일. 물론 이들의 연애 및 결혼 생활은 그리 정상적이지도 모범적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운명 아닌 우발에 가까웠고 처음부터 갈라짐과 덧댐으로 위태로웠다. 결별의 허무와 절망으로 시작하여 지중해의 빛나는 노을 속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돌연 (영화가) 끝나버리는 짖궂은 역순배치의 '나비효과'는 단연 인상적이다.

(2008년 10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