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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트가이스트 (Zeitgeist, 2007)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8.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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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론은, 물론,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통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야 그저 사소한 흥미거리라는 딱지를 좀처럼 떼기 어렵다. 음모론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 전파 과정의 기저에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실의 상처와 분노를 보상받으려는 자기 만족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일종의 가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인디 영화 '자이트가이스트(독일어로 '시대정신'을 뜻함)'가 특별한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소위 음모론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단순 폭로가 아닌 제언의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새로운 가설의 창출이 아닌 기존에 이미 논증의 대상이 되어왔던 수많은 가설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총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말하자면 짜임새의 승리라고 하겠다. '시대정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다큐멘터리다. <파트 1 : The Greatest Story Ever Told>에선 기독교와 예수의 진실성을 논하고, <파트 2 : All the World's a Stage>에선 9/11의 의심스러운 배경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파트 3 : Don't Mind the Men Behind the Curtain>에서는 미국과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 보이지 않는 손들에 대해 탐구한다. 이미 입에서 입으로 널리들 퍼져있는 이야기요, 숱한 다큐멘터리들이 개별적으로 다루었던 주제를 간단하게 압축하여 복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의 진정한 효과는 세 파트의 결합 에너지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서 <파트 1>의 종교, <파트 2>의 정치와 전쟁, <파트 3>의 자본. 이처럼 세 파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그 은밀한 전언은 묵직하게 현실화된다 - "밥은 먹고 다니냐?" 평단은 이 작품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입맛에 맞는 불명확한 자료의 짜깁기일 뿐'이라며 혹평을 날렸다. 그러나 때때로 중요한 것은 팩트 여부만은 아닐 수 있다. '정신 똑바로들 차리고 살자'라는 최소한의 다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커튼 뒤의 남자들이 실존하든 아니든, 누군가는 누군가를 통제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통제당해 왔던 것이 인류 역사 내내 되풀이되어 온 일임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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