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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레닌 (Goodbye, Lenin!, 200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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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의 비극은 물론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 생활 속으로도 젖어들어간다.행복했던 알렉스(다니웰 뷔렐)의 가족에게 위기가 닥치는 것은 아버지가 서독으로 망명하면서부터다. 알렉스의 어머니가 스스로 열혈 공산당원이 됨으로써 당국의 의심과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벗어나려는 것은 순전히 살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이내 견고하게 굳어져 그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근간이 된다. 그런 어머니는 통일로 되서 자신의 사회주의 조국에 자본의 물결이 밀어닥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알렉스는 혼수상태에서 막 깨어나 (어머니의 혼수상태였다는 설정은 사뭇 우의적이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연극을 시작한다. 뉴스를 조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매수한다. 빠르게 밀어닥치는 '코카콜라'와 '버거킹'과 '위성 텔레비젼'의 물결 속에서 어머니를 지켜내려는 알렉스의 몸짓은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을 떠난 행위다. 그들이 안녕을 고한 것은 비단 레닌만이 아니다. 비단 (눈에 보이는) 베를린 장벽과 레닌의 동상만이 아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혹은 동독과 서독, 혹은 그 밖의 모든 무의미한 나누기에 안녕을 고한 것이다. 그까짓 것들이야 아무렴 어떠랴. 가족의 가치는 그 모든 것을 압도한다. 세상과 이데올로기는 어떻게든 조작할 수 있지만, 가족과 사랑만큼은 무슨 수로도 조작할 수가 없고 조작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200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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