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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쳐 (Dreamcather, 200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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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꾼'들이 모였으면 이론상으로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작품이 나와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론과는 반대로 강아지판을 치며 끝나는 일이 종종 있다. 유감스럽게도 '드림캐쳐'가 그렇다 (註1). 사실 이 작품은 갖출 걸 다 갖춘 상태다. 좋은 원작 (스티븐 킹), 좋은 감독 (로렌스 커스단), 좋은 각본가 (윌리엄 골드먼, 로렌스 커스단), 좋은 배우 (모건 프리먼), 괜찮은 배우들 (토마스 제인, 제이슨 리, 데미언 루이스, 티모시 올리펀트 등). 언뜻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발로 만들어도 중간 이상은 가야 정상일 듯 한데 결과는 영 그렇지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스티븐 킹 삼촌의 유년기 인장 (네 친구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 더디츠) 이야기와 전형적 외계인 영화의 시선을 소환하는 커티스 대령 (모건 프리먼)의 이야기가 어중간하게 분리되어 완전히 따로 돌아가는 작품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킹 삼촌이 즐겨 반복하시는 공식 그대로 주인공(들)을 사냥하는 공포는 대개 그(들)의 내적/외적 갈등이 함축된 존재일 뿐이고 그것이 설령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흔한 '에일리언 인베이젼'물을 답습할 필요가 없었는데 결국 헐리우드 영화 프로덕션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가해한 마법은 기어코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 사이 영화는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1980)'과 '스탠 바이 미 (롭 라이너, 1986)', 그리고 '에어리언 (리들리 스콧, 1979)'을 거쳐 급기야 넣지 말아야 할 것 - '인디펜던스데이 (롤랜드 에머리히, 1996)'까지 짬뽕하고야 마는데, 실로 가관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사실 로렌스 커스단이나 윌리엄 골드먼이 그걸 모를만한 사람들이 아닌데 이런 칠칠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정말로 그들이 각색하고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몸을 침탈한 외계인이 만들었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2003년 12월)

 

(註1) 원래 '드림캐쳐'란 북미의 인디언들이 부적으로 사용했던 것을 말한다. 거미줄의 형상을 닮은 이것은 무한한 우주와 의식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꿈을 실현시켜주는 수호신이자 악몽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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