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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트러스트 (Antitrust, 200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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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원제는 ‘Antitrust’이다. 굳이 번역 제목을 붙이자면 ‘반독점’이겠으나 한국 개봉명은 생뚱 맞게도 ‘패스워드 (Password)’다. IT스릴러에 가장 적합한 느낌의 제목이기는 하지만 주제와는 하등의 연관이 없고 인상마저 약하다. 이를테면 가공할 음모 혹은 숨겨진 진실이 담긴 비밀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둘러싼 해커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실 패스워드와는 별 상관 없다. 오히려 '야망의 함정 (The Firm, 시드니 폴락, 1993)'의 - 그 작품 또한 한국 개봉명이 산으로 갔다 - 테크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젊은 공학도들 앞에 거대 IT 회사의 백만장자가 나타나 달콤한 꿈과 눈부신 미래를 약속한다. 신화적 인물에 대한 동경으로 한 친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른 한 친구는 기술 독점 기업들에 대한 반감으로 스카우트를 거절한다. 두 친구의 운명은 여기에서 갈린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서서히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팀 로빈스는 IT 공룡 기업의 거물 게리 윈스턴을 연기하며 반백으로 물들인 머리에 곱슬곱슬한 컬을 넣고 동그란 안경을 썼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모델로 삼은 회사와 거물이 누구인지는 너무나 명백해 보인다. 이 인물은 연구 개발의 측면에서는 열린 마인드의 격의를 두지 않는 실리콘 밸리 스타일의 테크 구루이지만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철저히 계산적으로 그의 회사 너브 (N.U.R.V)는 숟가락 얹기, 경쟁사 고사, 독점 그리고 끼워 팔기의 신공을 지녔다. 사실 그의 대사 하나 하나는 빌 게이츠가 평소에 피력해 온 사상과 주요 발언들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입장도 생존해 있는 현역 명사를 겨냥한 것 치고는 센 편이다. 작품은 젊은 두 주인공의 입을 빌어 정보 기술과 같은 공공재는 마땅히 인류의 공영을 위해 공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마치 세익스피어나 아스피린처럼.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공룡 기업들에 맞서 '오픈 소스'를 주창하는 '리눅스 (Linux)'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지놈 (Gnome)'의 창시자 미구엘 드 이카자 등이 각각 이 작품에 자문으로 참여했다. 영화 평론가 중 몇몇은 한 술 더 뜬다. 그들은 “이 영화가 형편없는 이유는 하나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보다 더 지독한 일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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