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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One Night in Miami..., 2020)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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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레지나 킹의 연출 데뷔작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가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답게 캐릭터는 생생하고 갈등 구조는 선명하며 사건 배치와 공간 활용은 경제적이다. 비단 네 주인공 중 하나가 무하마드 알리여서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일종의 복싱을 보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단지 주먹 대신에 말을 주고 받을 뿐이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강하게 혹은 여리게. 격정적으로 혹은 침착하게.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업는 태그 업 매치가 이루어진다. 그것도 각계를 대표하는 블랙 피겨들의, 말콤 엑스, 캐시우스 클레이 (무하마드 알리), 샘 쿡, 그리고 짐 브라운의 파자마 파티가 매력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약간의 (아주 약간의) 의문부호는 남는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뭐랄까… 약간의 과장을 첨하면 스파이크 리가 슈퍼히어로 영화(정확히는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와 같은 슈퍼 히어로 팀 무비)를 만든 느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당대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지닌 이 상징적 인물들은 흑인 민권 운동과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노선 차이로 인해 논쟁하고 대립하는데, 그 모습에서 네 슈퍼 히어로가 의견 차이로 서로 대립하고 겨루는 듯한 장면이 겹쳐 보인다. 또한 이 기묘한 특징은 팩트와 픽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의문을 남긴다. 네 슈퍼스타가 친구 사이로 성공한 흑인으로의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1964년 2월 25일 카시우스 클레이는 마이애미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이후 파티에 네 사람이 모두 참석했던 것도 사실이며, 그날 밤 맬컴 X가 햄프턴 하우스 모텔에 방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날 밤 실제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일이고 영화에서 묘사하는 대화 내용의 대부분은 원작을 쓴 켐프 파워스의 상상에 의한 것이다. 정말로 그들이 흑인 민권과 앞으로의 시민운동 과제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했을 수도 있고 그냥 이삼십대 혈기왕성한 청년들답게 밤새 술 마시고 뜨거운 파티를 벌이다 지쳐서 뻗었을 수도 있다.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몇 가지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가령 샘 쿡이 ‘A Change is Gonna Come’이라는 곡을 발표하고 텔레비젼에 출연하여 노래를 부른 것은 그날 밤보다 이전의 일이다) 연관성이 헐거운 부분에서 (짐 브라운이 NFL 은퇴 기자 회견을 하고 연기자로 전업한 것은 1966년 7월의 일로 그 날 이후 두 시즌을 더 뛰고 난 다음이다) 보듯이 꼭 그 날 밤을 계기로 네 남자의 인생과 운명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고는 말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매력적이고 높은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임은 동의하지만 인종 이슈 특유의 강경한 포지션과 맞물리면 다소 노골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샘 쿡으로 분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정말 놀랍다. 샘 쿡 특유의 음색과 창법만이 아니라 표정과 동작까지  환상적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느낌을 주는 나머지 세 배우의 역할을 감안하면 그가 거의 이 작품을 이끌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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