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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사람

쇼트 펀트 포메이션/쇼트 펀트 포메이션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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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장기를 둘 줄 아는가? 그렇다면 차(車)와 포(包) 없이 장기를 둘 수 있는가? 나는 차를 떼고 장기를 두는 사람을 알고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가장 날카로운 공격력과 가장 탁월한 이동력을 가진 차를 빼놓고 게임을 벌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건 마치 길버트 아레나스가 빠진 워싱턴 로케츠와도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차를 떼고 장기를 두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차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이를테면 포가 포의 기능을 하면서 차의 빈자리도 메꾸어야 한다고, 혹은 마(馬)가, 혹은 상(象)이, 혹은 모두가 나누어서 그 빈자리를 메꾸어야 한다고 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어렵다. 말이 쉽지 진실로 어려운 일이다. 차를 떼고 장기 두는 그 사람이 대단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나는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사람도 알고 있다. 가장 견고한 방어력과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이동력을 가진 포를 빼놓고 게임을 벌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건 마치 벤 월러스가 빠진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도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포를 떼고 장기를 두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이를테면 차가 차의 기능을 하면서 포의 빈자리도 메꾸어야 한다고, 혹은 마가, 혹은 상이, 혹은 모두가 나누어서 그 빈자리를 메꾸어야 한다고 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어렵다.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포없이 장기 두는 그 사람이 대단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또한 나는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사람도 알고 있다. 차의 탁월한 공격력과 포의 견고한 방어력이 없이 게임을 벌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건 마치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이 동시에 빠진 시카고 불스, 혹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이 동시에 빠진 LA 레이커스와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두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차의 역할과 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이를테면 마가 마의 기능을 하면서 차의 빈자리도 메꾸어야 한다고, 동시에 상이 상의 소임을 다하면서 포의 빈자리도 메꾸어야 한다고, 혹은 모두가 나누어서 그 빈자리를 메꾸어야 한다고 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어렵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바로 차와 포가 없이 장기 두는 그 사람이 대단한 까닭이다. 

  이 대단한 사람들에게 감탄한 나는 그들에게 각각 물었다. 열 번 싸우면 몇 번 이길 수 있으시냐고. 그랬더니 그들은 정색을 하며 내게 면박을 준다. 자기들은 차포를 떼고 장기를 둘 수 있다고 했지 차포를 떼고 장기를 두어 매번 이길 수 있다고 한 적은 없다고. 운이 따르면 잘해야 열 번에 두세 번쯤일 거라고. 왜 멀쩡한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두냐고. 차포가 없이 이길 생각을 하지 말고 차포를 가지고 이길 생각을 하는게 먼저라면서.


(200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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