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더 텐더 바 (The Tender Bar, 202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2. 7.

본문

  ‘더 텐더 바’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겸 작가 J. R. 뫼링어의 회고록에 바탕한 성장 드라마이다. 아빠 모델이 없었던 (‘아빠가 없었던’이 아니다) 소년이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정 안에서 자라나는 과정, 특히 아빠의 자리를 대체한 삼촌의 영향력 아래 어른으로의 행동 양식을 배우고 작가로의 재능과 자질을 키워나가는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970년대 롱 아일랜드의 시대적 분위기가 전달하는 소박하지만 여유롭고 낙관적인 낭만이다. 감독 조지 클루니와 스크린 라이터 윌리엄 모나한은 (아마 자신들의 유년기와 어느 정도 닮아있을) 그 시절을 향해 애틋한 러브레터를 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디킨즈’라는 동네 바를 운영하는 별 볼 일 없는 사내에 불과하지만 조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삼촌 찰리라는 캐릭터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경험을 축적하여 나름의 확고한 철학과 지혜를 간직한 이런 캐릭터는 요즘에는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쉽게 찾기가 어렵다. 여기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문제는 다소 루즈하고 심지어 간혹 흐름이 끊어지는 전개다. 특히 초반부가 과하게 늘어지는 반면에 후반부는 다소 헐거워 집중력이 떨어진다. 유명인사의 자전적 이야기이나 정작 본격적 커리어가 시작되기 이전에 국한된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이처럼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만 다루는 설정만으로 아주 강력한 자장을 발생시키려면 대단히 극적인 소재이거나 그 이후의 이야기가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인물의 대중적 인지도가 압도적이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어느 한쪽에도 해당사항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는 (사실상의 주인공인) 삼촌 찰리를 연기한 밴 에플렉에게로 돌아간다. 자기 커리어에서 ‘들어오는 삼재’와 ‘나가는 삼재’를 혼자만의 타임라인 위에 만들어가는 이 이해할 수 없는 남자는 자신이 외모로 제압할 수 없는 지구 상 몇 안 되는 감독과의 협업에서 다시금 한창 괜찮았을 시절의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중독자가 하필 술집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 한 가지는 영 불안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자신의 스타성에 반하여 잘 팔리는 컨텐츠의 멋지고 강한 역할들은 실패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컨텐츠의 작고 세밀한 역할들은 훌륭하게 성공해내는 이 기이한 재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연기한 찰리 삼촌은 어린 조카를 위한 (그리고 동네 블루 칼라 술꾼들을 위한) 인간적인 멘토로 몹시 매력적이다. 잠시나마 닥터 션 맥과이어를 연상하게도 한다. 그는 최근 ‘더 웨이 백 (개빈 오코너, 2020)’ ‘더 라스트 듀얼 (리들리 스콧, 2021)’과 더불어 다시금 ‘고담의 수호자’ 사태를 극복하고 상승 곡선을 탄 모양새인데 이쯤 되면 그와 슈퍼 히어로 캐릭터는 영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는 것이 옳을 듯하다.

 

(2022년 2월)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