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더 투모로우 워 (The Tomorrow War, 202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8. 4.

본문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에어리언’ 시리즈를 뒤섞은 이 ‘중년의 전쟁’은 제임스 카메론, 리들리 스콧, 그리고 존 스칼지를 모두 당황하게 만들고도 남을 야심만만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외계인 침공으로 종말의 위기를 맞닥뜨린 2051년 미래의 인류로부터 오늘의 인류에게 지원군 파병 요청이 온다는 것. 하지만 병력 자원의 고갈과 시간 여행 적합도 문제로 인하여 급기야 민간인까지 동원 징집하여 미래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고등학교 생물 교사인 주인공도 얼결에 징집 통지서를 받아 아내와 어린 딸을 남겨두고 미래로 향하게 된다. (물론 그 선생이 이라크전 2회 참전 경력이 있는 그린 베레 출신이라는 사실은 안 비밀이다.) 유감스럽게도 우스꽝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봐도 ‘내일의 전쟁’에서의 열세가 단순히 병력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굳이 과거에서 민간인들까지 징집하여 총알받이, 아니 촉수받이로 몰아넣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 악독한 에어리언, 일명 화이트 스파이크들이 하는 짓을 보면 30년 전에서 예비군, 민방위, 민방위 소집해제자를 끌어다 막을 수준은 절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웜홀을 통해 소대 단위와 중대 단위로 보내고 받을 수 있다는 미래 시대의 첨단 기술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일의 전쟁’이 전혀 첨단스럽지 않다는 점도 그렇다. 액션 블록버스터로 만족감도 충분하지 않은데 무엇보다 2백만 달러라는 그레이맨스러운 제작비는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팬더믹으로 극장 개봉을 취소한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총알, 아니 촉수를 피한 셈이고 이후 대신 판권을 사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그 총알, 아니 촉수를 대신 맞은 셈. 하지만 현찰 태우기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현찰을 태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아마존은 타격을 입기는커녕 되려 시퀄 제작을 협의하러 나선 모양이다.  


  물론 이 작품에 비장의 무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인류의 미래를 보전하려다가 외계인이 침공하기도 전에 때 이른 아포칼립스를 마주하게 된 아이러니는 꽤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중반부 플롯 트위스트로 1막과 2막(혹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지는 구성은 다소 성기고 빈약한 스토리 라인을 두배로 압축하여 이야기 총량을 곱배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괜찮은 전략이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 극장에서 개봉을 했어도 장편 영화로 볼륨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오락적 요소들과 별개로 암시적인 주제로 무게감을 둘 수 있는 부분도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시공간적으로 격리된 전쟁의 장기화가 일반 시민들에게 주는 피로감이나 전장에서 사회로 돌아온 병사들이 경험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다루는 부분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에서의 '오늘의 전쟁'을 둘러싼 이슈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둘째로 지금 당장의 관심과 노력과 행동 없이는 인류에게 미래가 없다는 내용은 여러 세부 설정과 맞물려 (요즘 영화와 TV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유행 중의 하나인)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 있는 여지도 제공한다. (아담 맥케이도 했는데 크리스 맥케이라고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註1) 하지만 이런 포인트에서 소극적 대처와 논리적 개연성 부족이 맞물려 결국 그럴듯하게 어필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2022년 08월)

 

(註1) 이 작품의 감독인 크리스 맥케이는 스톱 모션 시트콤 '로봇 치킨(Adult Swin, 2005 - 현재)'과 스톱 모션 시트콤 '모랄 오렐(Adult Swim, 2005 - 2008)' 등에 참여하였고 '더 레고 배트맨 무비(2017)'로 메이져 장편 영화 데뷔를 하여 이전까지 대부분의 경력이 코미디 작품이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