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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Jurassic World Dominion, 202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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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 공룡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커서 크리스 프랫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의아한 것은 학습효과다. 이제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공룡 사육 시설을 갖춘 이 특수한 동물원 겸 테마파크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좋게 끝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폐장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연구시설만 남겨도, 자연보호지역이라는 말로 포장하여도 결과는 매한가지다. 뭐,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운이 조금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벌써 몇 번째인가. 사전 개장이든, 본격 개장이든, 폐업 정리든, 봉사 활동이든, 의뢰 탐사든, 자유 여행이든, 단체 관광이든, 공무상 출장이든, 합법 출입이든, 불법 침입이든 어쨌든 이슬라 누블라 혹은 그에 상응하는 공간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이쯤 되면 충분히 알아먹을 법도 한데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공룡의 매력에 크리스 프랫의 매력을 더해도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아 안 풀린 것이 아니라 이 사업 아이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연유로 결국 7년 전 ‘쥬라기 월드(콜린 트레보로우, 2015)’가 처음 발표될 시점에 느꼈던 의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과연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3)'의 또 다른 속편이, 혹은 나아가 시퀄 트릴로지가 꼭 필요한가? 의도 자체는 원작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주제면에서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였던 인류’라는 1990년대 초의 장대함으로부터 오히려 퇴화하고 말았다. 내용면에서 새로움을 찾기도 어려웠다. 업그레이드된 IT기술과 유전공학기술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걸었다지만 결국 사달이 나는 맥락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었고 (20년 전이나 오늘이나 전력이 끊어지면 시설은 멈추지만 그렇다고 야생의 본능이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보한 기술에 더 철저히 의존하게 되는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인물의 역할은 크게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 대 대자연’이 아니라 ‘테크기업 대 공룡’의 구도처럼 보이기 시작하였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심지어 이어지는 두 편에서 주제는 훨씬 더 흐려졌고 내용은 기존 ‘쥬라기 공원’의 속편들을 각각 일대일로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2018)’의 엔딩이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된 전개를 암시하는가 싶어 잠시 (그 잠시가 벌써 4년이 되기는 했다) 기대하게 한 부분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콜린 트레보로우, 2022)’은 채 몇 분 되지 않아 그 가능성을 (제목의 콜론과 함께) 거두어들이고 다시 오래된 패턴으로 회귀하고 만다 (註1). 더는 고증과 검증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막말로 이젠 헤비급 공룡에 벤티사우르스나 트렌타로톱스 같은 이름을 붙여도 믿을 판이다) 과연 논리 전개에 있어 최소한 ‘쥬라기 월드’ 세 편이 같은 페이지 위에 있기나 한 건지도 혼란스럽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오리지널의 인물들과 새로운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정도. 하지만 그 덕에 이 시퀄 트릴로지의 밑천이 확실하게 드러났음도 자명하다. 다분히 의도적인 '올드-앤-뉴' 투샷'에서 보여지듯, 매력만점 크리스 프랫도 샘 닐 앞에서는 놀랍도록 무색하고 스크림 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도 로라 던과 나란히 있으니 한없이 무력하다. (그 와중에 제프 골드블럼? 이 오빠는 그냥 압도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이러한 캐릭터 및 배우들의 대비는 사실 이 시퀄 트릴로지가 가진 전반적인 문제들 중에 겉으로 드러난 일부일 뿐이다. (당연히) 이야기, 연출, 영상, 편집, 음악, 심지어 마케팅 할 것 없이 예전만 못하다 (註2). 여전히 괜찮은 부분들이 있다면 과거 마이클 크라이튼,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존 윌리엄즈가 이루어 놓았던 눈부신 성과에서 남은 유산을 그러모은 것일 뿐이다. 그 외 새로 더해진 괜찮은 부분이 있기는 한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단 당장 흥행 수익은 충분히 올렸지만 작품을 거듭할수록 박스오피스 성적과 이익이 꾸준히 줄어든다는 점까지도 ‘스타워즈’의 시퀄 트릴로지 사태와 여러 면에서 닮아있다. 그러고 보니 양쪽 프로젝트에 공통으로 걸쳐있는 콜린 트레보로우 등 몇몇 문제적 이름들이 떠오르는데, 이 양반들이 이러다 몇 년 후에 메이지 록우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갑자기 나타나 제다이의 명맥을 이은 레이처럼)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엉뚱한 일을 벌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2022년 06월)

 

(註1) 전편의 제목에서 '폴른 킹덤' 앞에는 콜론(:)이 있는데 이번의 '도미니언' 앞에는 콜론이 없다.

(註2) 이 작품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칼스 주니어(푸드), 지프(자동차), 그리고 프로그레시브(보험)의 TV 광고가 6월 동안 줄기차게 방송을 타고 있는데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첫째로 이 광고들도 우리처럼 ‘도미니언’이라는 표현을 오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니, 광고주들도 몰랐다고?) 둘째로 그저 재난, 공포, 괴수영화와 연계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 광고들은 ‘쥬라기 공원'의 원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못한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셋째로 이 광고들에 정작 영화보다 더 섬뜩한 장면이 있다. 그나마 프로그레시브는 업종면에서 이해가 가지만 칼스 주니어와 지프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법하다. (칼스 주니어 광고를 보고 프라이멀 앵거스 버거, 랩터 버거 등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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