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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202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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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속편이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인가? 물론 ‘터미네이터 2 (제임스 카메론, 1991)’과 와 ‘토이스토리 2(존 라세티, 1991)’와 같은 성공적인 사례가 있으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토이스토리’는 이후에 한 번 더, 그러니까 어느 분처럼 총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에서 하프-코트 버저 비터의 환상적인 성공 사례들이 있다고 해서 매번 그 가능성을 계산에 넣을 수는 없는 것처럼, T2와 우디와 버즈의 사례를 기준으로 괜찮은 속편의 제작 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괜찮은 속편은 백 편에 한 편 꼴도 되지 않는다. 속편이 그럭저럭 평작인 경우도 열 편의 한두 편이나 될지 모르겠다. 대개는 ‘미라클 넘버 투’가 아니라 그냥 ‘넘버 투’가 나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그럼에도 영화사들이 속편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투자와 회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검증된 아이템이라는 사업적 논리에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크게 성공한 작품들 거의 대부분 프랜차이즈화로 간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에 이르렀다. 팬더믹 이전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글로벌 박스 오피스 10위 안에서 시퀄, 프리퀄, 리메이크, 리부트, 스핀오프, 크로스오버, 기타 유형의 대환장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는 오리지널 컨텐츠는 겨우 단 한 편이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당혹스러운 사태이다 보니 창작력 고갈과 승자 독식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마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팬더믹 이후 다시 오픈한 극장가. 그 첫 번째 시즌인 2022년의 승자 역시 아니나 다를까 속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이 경우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무려 26년 만에 등장한 ‘탑 건(토니 스콧, 1986)’의 후속작이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하순 개봉한 ‘탑 건’의 속편 ‘탑 건: 매버릭’은 현재 월드 와이드 박스 오피스에서 무려 14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기록 중이다. 커리어 내내 꾸준히 고타율 타자였던 톰 크루즈의 커리어에서조차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평단과 관객의 반응 모두 우수하여 말 그대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일차적으로는 팬더믹으로 억눌려 있던 극장용 대작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고도 그냥 영화가 폭발하고 내리는 경우도 많았으니 그것만으로 이 뜨거운 신드롬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이 작품에는 근래 극심한 피로감을 주던 대량생산 속편들과는 다른 아우라가 있다. 특히 전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마치 영화가 멋진 오락거리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훌륭하다. 과거 속편을 준비하였던 토니 스콧 감독은 타계하였고 발 킬머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 하지만 원작의 핵심 플레이어들과 감독 조셉 콘신스키 등 새로운 젊은 제작진이 팀을 이루어 상당히 준수한 작품을 이끌어 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임에도 그 연결이 자연스럽다. 과하거나 불필요한 덧칠로 인한 낭비가 없다. 어쩌면 26년이라는 시간이 지혜롭게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것도 같다. 또한 전작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현재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균형 있는 결과물로 완성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 드라마는 (매버릭이 그러하듯) 우직하고 저돌적인 올드 스쿨인 반면에 액션의 성격과 스케일은 톰 크루즈의 대표적 프랜차이즈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레벨로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영혼의 단짝 크리스토퍼 맥쿼리도 스크린 라이터 겸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물론 이 모든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카드는 톰 크루즈다. 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나 달라지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 돌아와 좌충우돌 노익장을 과시하는 피트 미첼의 분투는 이 작품의 내용 그대로인 동시에 배우 톰 크루즈의 커리어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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