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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피플 위 헤이트 앳 더 웨딩 (The People We Hate at the Wedding, 202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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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가족에게는 복잡한 사연이 있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래간만에 모이는 결혼식장에는 그 모든 사연들도 따라와 한 자리에 모인다. 고로 기구절창할 난장이 벌어지지만 예상대로 끝내 화해의 순간을 맞이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에 새로 더해지는 신선한 관점이나 공감할만한 교훈이 없다는 사실이다. 제자리를 맴도는 상태로 계속 재생산되다 보니 점점 더 자극적인 요소만 더해질 뿐이다. 그랜트 긴더의 2016년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클레어 스캔론의 두 번째 영화 ‘더 피플 위 헤이트 앳 더 웨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도나(앨리슨 재니)에게는 두 남편과 세 자녀가 있다. 첫 번째 결혼에서 엘로이즈(신시아 아다이-로빈슨)를 얻었고 두 번째 결혼에서 앨리스(크리스틴 벨)와 폴(벤 플랫)을 얻었다. 프랑스 남자 앙리크(이삭 드 방콜)와 첫 번째 결혼 생활을 영국에서, 이후 이혼하고 미국에 돌아와 미국 남자와 두 번 남자와 두 번째 결혼 생활은 고향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그야말로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도 두 손을 들고 수건을 던질만한 과거 사연이다. 사건은 큰 딸 엘로이즈가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미국에 있는 엄마와 이복동생들을 런던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두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가던) 엄마는 전 남편과의 재회에 살짝 들뜨지만 두 이복동생 앨리스와 폴은 부자 이복언니/이복누나의 고급 청첩장과 호화 결혼식에 묵었던 감정이 폭발한다. 이들은 엘로이즈의 결혼식에 참석은 하나 유아적 보이콧을 서슴치 않는다. 딱히 망칠 의도까진 없어 보였지만 굳이 개인 문제들을 런던까지 끌고 들어가면서 거듭 재를 뿌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엄청난 재능 낭비의 향연을 지켜보는 것은 솔직히 괴롭다. 주노 맥거프의 엄마부터 크리스티 플런켓의 엄마를 거쳐 토냐 하딩의 엄마까지 섭렵한 앨리슨 재니가 맘 코미디의 대가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註1). 드레스가 머리에 걸리면서 시작되는 피팅룸 장면이나 전 남편 앞에서 늘어진 팔뚝 살을 흔들어보이는 호텔방 장면처럼 몹시 과장되어 보이는 순간에 은근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능력은 역시 독보적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겨우 이 정도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6회초 무사 1루에 빌리 와그너를 등판시키는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능력을 활용하여 이야기의 완성도를 한 단계 올릴 방법을 끝내 찾지 못한다. 재니와 더불어 문제적 트리오를 구성하는 크리스틴 벨과 벤 플렛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 비단 이들의 노래 실력만 염두에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연 이들의 재능이 충분히 드러나는 역할이 주어진 것인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처녀파티 중 저속한 농담을 하다가 수영복 차림으로 템스 강에 빠지는 ‘프로즌 (크리스 벅 & 제니퍼 리, 2013)’의 안나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가 않다. 동시에 두 남자와 사랑을 나누려다가 난데없이 간식 테이블로 전락하는 ‘디어 에반 핸슨 (스티븐 크보스키, 2021)’의 에반 핸슨 역시 반갑지는 않다. 벨은 ‘배드 맘스 (존 루카스 & 스콧 무어, 2016)’ 프랜차이즈의 키키를 다시 한 번 재탕하고 플랫은 배우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해괴하게 소비한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이미지를 망가뜨리지만 그나마도 썩 재미있는 구석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복 남매들간 갈등의 원인(부유한 이복형제에 대한 열등감 및 과거 일에 대한 오해)과 결혼식을 망가뜨리는 구체적인 해프닝의 원인(앨리스와 폴의 일그러진 개인 연애사)이 실상 서로 별개의 영역에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뒤죽박죽 섞어놓으면서 산만함은 가중되고 설득력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식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처럼 맹렬히 내달리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오해가 풀리며 분위기가 급변하는 점도 (이런 유형 이야기의 전형적 특징이지만) 역시나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2022년 12월)

 

(註1) 주노 맥거프는 '주노(제이슨 라이트먼, 2008)'의 주인공 소녀, 크리스티 플런캣은 안나 패리스가 연기한 시트콤 '맘(CBS, 2013~2021)'의 주인공, 그리고 토냐 하딩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으로 '아이 토냐(크레이그 길레스피, 2017)'의 주인공이다. 세 작품 모두 앨리슨 재니가 엄마 역할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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