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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리티드 (Spirited, 2022)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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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마에스트로 앨런 멘킨을 제외하면 새로운 뮤지컬 영화를 위해 곡을 쓸 수 있는 작곡가가 전 세계에 ‘파섹 앤 폴’ 듀오와 린-마누엘 미란다 밖에 남지 않았는가 싶은 요즘이다. 이 삼파전이 올해에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며, 특히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디즈니 레전드’과 경합하게 된 (註1)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함을 가져야 마땅하겠으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홀리 몰리 과카몰리! 엘프와 데드풀의 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이 강력한 카드는 다른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도 남는다. 윌 페럴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함께하는, 모던-데이 버전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뮤지컬 영화로 만든다. 충분히 괜찮은 아이디어다.


  당연히 기대를 가져보아도 좋을만한 부분이 있다. 지금은 (홀마크 채널과 라이프 채널의 로맨스물을 제외하면) 홀리데이 영화도 많지 않고, 뮤지컬 영화도 많지 않고, 그 두 가지가 합쳐진 홀리데이 뮤지컬 영화는 정말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등장만으로도 희소성이 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ol, 찰스 디킨스, 1843)’ 어댑태이션이 스테이지, 스크린, 그리고 TV에 걸쳐 수도 없이 이루어진 까닭은 그만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뮤지컬로는 ‘스크루지 (레슬리 브리커시스, 1992)’와 ‘어 크리스마스 캐롤 (린 아렌스와 앨런 멘킨, 1994),’ 대표적으로 두 가지 버전이 있었고 특히 1994년 뮤지컬은 10년 후 켈시 그래머 주연의 TV 뮤지컬 영화 '어 크리스마스 캐롤: 더 뮤지컬 (NBC, 2004)'로도 만들어졌던 바 있다. 한편 1843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스크루지 영감을 벗어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 중에는 빌 머레이 주연의 코미디 ‘스크루지드 (리처드 도너, 1988)’가 대표적이다. 무대를 1980년대로 옮겨 냉혈한 방송국 사장인 프랭크 크로스를 세 유령의 방문을 받는 주인공으로 삼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지는 사건을 묘사한다 (註2). 지금 2022년으로 무대로 한 이 신작 ‘스피리티드 (크리스마스 스피릿, 션 앤더스, 2022)’에 내용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빌 머레이를 언급하는 대사가 있는 등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 달 전 공개된 티져 트레일러가 예상보다 심심하여 적잖이 우려를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 코미디 영화의 트레일러는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집어 넣는 것이 기본인데 어쩌자고 이 작품은 26번째, 39번째, 음... 그리고 87번째쯤 재미있는 장면을 넣었던걸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행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 스크린플레이도 꽤 잘 다듬어져 있고 전반적으로 코미디도 자연스럽다. ‘Ghost of Christmas Present’ 역할의 윌 페럴과 유령이 찾아가야 할 목표물(그러니까 2022년의 에베네저 스크루지)로 등장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서로 상이한 스타일이 부드럽게 맞아 들어간다. 즐겁고 재미있는 요소도 많다. 먼저 오늘날 가장 크리스마스 정신에 위배되어 시급히 변화시켜야 할 이는 돈 밖에 모르는 구두쇠 영감도 아니고, 시청률에 미친 방송국 사장도 아닌, 세상에 분열을 조장하는 미디어 컨설턴트라는 설정이 있다. 사실 소셜 미디어라는 소재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는 하나 어쩌면 양날의 검과도 같아 보통은 영화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세상에 미치는 파장이라는 큰 맥락 정도에서만 접근한 것은 적절하게 보인다. 두 번째로는 지금은 유령들에게도 체계와 조직이 있어 (회개가 필요한) 목표물을 고르고 철저한 뒷조사를 거친 이후에 작업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이 부분을 구현하는 방식을 보면 탐정 사무소, ‘산타의 워크숍(註3),’ 그리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NBC, 1975~현재)’의 제작 스튜디오를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 흥미롭다. 또한 실제로 임무에 착수한 유령들이 목표물을 찾아가 그들의 과거(Past), 현재(Present), 그리고 미래(Yet-to-Come)를 각각 보여주는 방법이 (마치 영화나 TV 쇼의 촬영처럼) 대본이 있고 스탭이 있어 세트 위에서 재연을 하는 것이라는 설정도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먼저 코미디 요소. PG-13 등급으로 적절하지 않은 몇 가지 내용들이나 적합하지 않은 대사들이 조금 있다 (심지어 그 점까지도 빌 머레이의 코미디를 계승하였다). 한 번 잘 만들어 놓으면 레귤러 클래식의 안정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홀리데이 무비의 특징,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성격, 전형적인 가족 영화의 플롯, 그리고 크리스마스 정신이라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무조건 가족용을 컨텐츠로 완벽함을 기했어야 하는 것 같다. 사실 어지간히 괜찮게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대사 몇 개와 동작(?) 몇 개만 고쳤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텐데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서 굳이 관람 등급의 한계를 애써 시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두 번째는 뮤지컬 요소. 우선 뮤지컬 넘버 구성에서 메인 테마 역할을 하는 ‘That Christmas Morning Feelin’’은 성공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달하지만 나머지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최근 승승장구하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이번 결과물에서는 어쩐지 정체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머러스한 러닝 아모크 ‘Brinin’ Back Christmas’는 ‘어 크리스마스 스토리: 더 뮤지컬 (조셉 로비네트 원작, 파섹 앤 폴, 2012)’의 ‘A Major Award’를, 감상적인 솔로 ‘Unredeemable’은 ‘디어 에반 핸슨 (스티븐 레빈슨 원작, 파섹 앤 폴, 2015)’의 ‘For Forever’를,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앤섬 스타일의 ‘Do A Little Good’은 ‘위대한 쇼맨 (마이클 그레이시, 2017)’의 ‘From Now On’을 각각 연상하게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조금씩 매력이 덜하다. 물론 전작들에서처럼 휴 잭맨이나 벤 플랫과 같은 확실하게 리드할 인물이 없었다는 점에서 제약이 있었으리라 이해는 간다. (그래도 일부 가사의 덜 세공된 느낌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페럴과 레이놀즈, 그리고 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배우로 노래를 잘하는 편이라고는 해도 전문 보컬리스트도 아니고 스테이지 커리어가 있지는 않다 보니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모든 뮤지컬 넘버가 전부 혹은 부분에 있어 앙상블 합창을 더한 형태로 구성되는 점도 눈에 띈다. 

 

(2022년 11월)

 

(註1) 공교롭게도 11월 셋째 주 금요일에 Apple TV+를 통해 이 작품 ‘Spirited’가, 그리고 Disney+를 통해 앨런 멘킨이 음악을 담당한 디즈니의 뮤지컬 ‘디스인챈티드 (Disenchanted, 아담 생크먼, 2022)’가 각각 공개되었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자리를 바꾸어 앨런 멘킨이 애플과 스카이댄스의 애니메이티드 뮤지컬 '스펠바운드 (Spellbound, 비키 젠슨, 미정)을 준비하고 있고 파섹 앤 폴은 디즈니의 극장 개봉 예정작 '스노우 화이트 (Snow White, 마크 웹, 미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주연이 레이첼 지글러(최후의 승자?)이다.

(註2) 방송국 사장 프랭크 크로스(빌 머레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직원을 해고하고 비서에게는 야근을 강요한다. 방송국에서 제작 중인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예고편을 내보내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모자라 제작진에게는 선정적인 장면을 포함시키기를 종용한다. 난감해하는 임원들 앞에서 그는 "찰스 디킨스도 좋아했을 거야"라고 대꾸한다. 

(註3) 북극에 있다는 산타 클로스와 크리스마스 엘프들의 작업실 및 장난감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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