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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Luca, 202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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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공주 (론 클레멘츠 & 존 머스커, 1989)’와 ‘니모를 찾아서 (앤드류 스탠턴, 2003),’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합쳐놓은 것 같은 이 픽사의 신작은 그들의 독보적인 현재 위치와 다가올 미래의 잠재적 위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면이 있다. 분명 픽사의 이름에 걸맞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골고루 녹아 있기는 하지만 당황스러울 정도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가족 영화의 주제를 반복하며 거의 15년쯤 전의 작품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영상으로 만족한 것은 영 그들답지 않은 선택처럼 느껴진다. 오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들어갔으리라는 추정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예산 관련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어지간한 블록버스터급 투자가 이루어졌던 최근작들과는 꽤 차이가 있었을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픽사 특유의 스토리 세공 및 조탁 기술은 예산과 별개로 여전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들의 놀랍고도 섬세한 마술은 난이도 있는 (다시 말해서 정신 나간) 주제를 만났을 때는 빛을 발하지만 (예를 들어 단기 사후 세계 체험담, 단기 영혼 소환담 등) 이처럼 전통적인 주제와 평이한 소재를 낮은 눈높이에서 구현하는 경우에서는 뜻밖의 역효과를 내는 부분이 있다. 


  이 필요 이상으로 미끌거리고 절척대는 이야기에 비거 스플래쉬를 (루카…?) 만드는 것은 마을 소녀 줄리아의 등장이다. 용기와 강단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이 꼬마 아가씨는 지나치게 안전해서 도리아 위험한 순간에서 결정적으로 작품을 구해낸다. 멜로 드라마에 함몰되어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씨 몬스터 1호(루카)와 씨 몬스터 2호(알베르토)의 멱살을 잡아 끌어 날 것의 거친 세계 앞에 패대기치는 화끈한 방식은 과거 언어장애를 가진 청소부 엘라이자 에스포지토가 씨 몬스터를 (음… 민물 몬스터를?) 대했던 조심스럽고 섬세한 방식과 좋은 비교가 된다. 지중해 기운이 솟아나는 그 아이의 열정적 성격과 의협심과 의리가 아니었다면 변종 트라이애슬론(註1)의 서스페리아(루카…?)로 다소 정체되어 있던 사건 전개에 혈을 뚫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산타 모짜렐라(Santa mozzarella!)에서 산토 페코리노(Santo pecorino!)를 거쳐 산타 리코타(Santa ricotta!)를 찍고 산토 고르곤졸라(Santo gorgonzola!)로 쐐기를 박는 폭풍같은 입담의 매력은 덤이고 말이다.

 

(2021년 07월)

 

(註1) 변종 트라이애슬론: 포르토로쏘 로컬 룰의 적용으로 ‘수영 후 파스타 섭취 후 다시 바이크’라는 극도로 위험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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