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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Soul, 2020)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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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의 중년 (it’s sad) 공립 미들스쿨 파트-타임 음악교사가 (so sad) 홀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so sad) 가난한 재즈 뮤지션의 꿈을 놓지 않는데 (it’s a sad, sad sad situation) 그러던 중 유명한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um… who?) 재즈 밴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and it's getting more and more absurd) 하지만 디지 길레피스 밴드도,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도, 마일스 데이비스 퀀텟도 아닌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um... who?) 밴드에서 연주하는 (it’s sad) 참으로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는 그 날 이 딱한 양반은 실족 사고로 당하고 (so sad) 그의 영혼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빛을 따라가기를 거부한 채 (so sad) 이승으로 돌아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whaaaaat?) 

 

  픽사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완전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디즈니 에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동화 속 소녀들을 죄다 밀레니얼처럼 묘사하느라 정작 시대적 맥락으로부터는 이탈하는 기묘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데, 한편 이와 별개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에 (말 그대로 또다른 차원이다) 직면하고 있다. 바로 영적 체험에 과하게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누가 베이 에어리어에 본사가 있다고 하지 않을까봐!) 물론 ‘코코(리 언크리치, 2017)’라는 완전 등골 서늘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역시 픽사에서 이 문제의 몸통은 피트 닥터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 핵심 인물이자 현직 치프 크리에이티브 오피서로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해 온 그는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2015)’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더 영혼의 존재와 생명의 비밀을 탐구한다. 더구나 아동의 퍼스널리티 형성 과정 정도에서 그치던 전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혼이 육신과 결합하기 이전(Great Before)과 영혼이 육신과 분리된 이후(Great Beyond)를 동시에 다루는 대단히 야심찬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픽사 특유의 경이로운 창착 프로세스에 대한 감탄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와는 별개로 사실 이쯤되면 어린이 관객이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스토리가 아주 잘 다듬어져 있지만 롤러코스터급 쾌속 전개에 장면 전환의 빈도 역시 다소 과한 편이라 성인 관객이나 겨우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아무리 희극적으로 그려내었다지만 갑자기 찾아온 심판의 순간, 저승 혹은 내세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 (‘코코’에 이어 또 한 번 이런 묘사가 등장한다),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한과 미련,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의 등장 (이 또한 ‘코코’에 있었던 요소다) 등을 보면 PG 등급이 맞는 판정인지 아닌지 사실 아리송할 지경이다. 아기를 황새가 배달한다고 주장하는 워너 애니메이션 그룹의 ‘Storks (드거 스윗랜드 & 니콜라스 스톨러, 2016)’와 이 작품이 같은 관람등급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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