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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CODA, 2021)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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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고 지루한 현재와 막연하지만 부푼 미래. 그 사이에서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이 경험하는 성장통이란 이미 수만 번은 반복된 주제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무수히 반복될 이야기임이 자명하며 아마도 그중의 일부는 훌륭하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어떤 작품을 드물게 특별하도록 만드는 요소인지는 사실 섣불리 규정하기 어렵지만 그 비결의 상당 부분이 공감의 정도에 달려 있으리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령 이 카테고리에서 가장 최근의 수작이라고 할만한 ‘레이디 버드(그레타 거윅, 2017)’의 경우 엄밀하게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녀관계의 줄다리기에 초점을 맞춘 전략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세심하게 추려내어 다수의 일반적인 경험처럼 완성해내는 솜씨로 훌륭한 성공을 이루어내었던 바 있다.    


  프랑스 영화 ‘La Famille Bélier (에릭 라티고, 2014)’의 영어 리메이크작인 ‘코다’는 ‘Child of Deaf Adults’의 줄임말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선천적 청각 장애를 지닌 가족에서 유일한 비장애인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은 관객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적어도 장애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는 부분이다. 오히려 역으로 그 배치를 뒤집어 주인공 십대 소녀 루비가 마치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묘사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따라서 이 아이는 가족 안에서는 유일하게 정상 범위의 청력을 지닌 존재이고 가족 밖에서는 ‘장애 가정의 자녀’라는 특별하고 눈에 띄는 존재로 정의된다. (정글 같은 고등학교 생활에 있어 이것이 치명적인 핸디캡이라는 점은 말해 입 아플 것이다.)

 

  사실 루비의 가족들은 (특히 부모들은) 아주 작은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루비는 가족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버거운 책임을 진 십대 소녀이다. 몸이 자라고 꿈이 자라면서 갈등과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성장물로의 자연스러운 접점이 만들어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춘기 청소년은 부모와 소통에 문제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 성장은 비단 루비의 성장만이 아니다. 가족들 또한 루비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자신들도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함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이 작고 따뜻한 한바탕 소동은 이 어린 소녀를 규정하는 CODA라는 용어와 유관한 동시에 무관한 것이 된다.

 

  다만 루비의 숨겨진 재능이 하필 노래라는 점은 작품의 설정과 너무 매끄럽게 들어맞는 도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필 노래를 잘하는 아이와 하필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이라니!)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느낌이 크게 들지는 않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루비의 가족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투박하지만 식상하지는 않은 연기와 비교적 생생하고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의 구성이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화려한 경력을 지닌 배우이자 수화 연기의 최고 경지에 오른 말리 매틀린의 장기가 또 한 번 빛난 결과이다. 루비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그녀는 특유의 고요한 격정으로 놀라운 호소력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은 물론 루비 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의 덕이다. 약간의 의구심이라 할만한 것들은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에 깨끗하게 사라진다.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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