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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The Missing, 2003) B평

불규칙 바운드/영화와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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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뭉쳤다. ‘분노의 역류(1991)’, ‘아폴로 13(1995)’, ‘랜섬(1996)’, ‘뷰티풀 마인드(2001)’의 거장 론 하워드. 그리고 예순을 바라보는 노장 토미 리 존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역시나 러닝 타임은 137분. 이번에도 관객들의 허리를 작살내겠다는 심산이다. 론 하워드의 영화가 긴 건 그가 드라마의 ABC를 욕심없이 차분히 즈려밟으며 대체로 교과서적 정공법을 펼치기 때문이다. 할 말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으니 자연히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서부를 무대로 한 ‘실종’의 기본 골조는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당한 아이를 되찾으러 가는 용감무쌍한 아이 엄마 메기 길킨슨(케이트 블란쳇)과 할아버지 사무엘 존스(토미 리 존스)의 이야기이며 여기에 부녀간의 반목과 갈등을 양념처럼 섞어 넣었다. 예상한 대로다. 실종된 아이를 구해내는 도정은 조각난 가족의 재결합이고 상실한 가족성의 회복이다. 시종일관 고밀도를 유지하는 론 하워드의 서술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허나 광활한 대자연을 무대로 쫓고 쫓기는 이 장황한 ‘웨스턴 로드 스릴러’는 교과서를 따라야 한다는 고집이 너무나 단호하고 완고하여 도리어 재미를 반감시킨다. 아이가 납치되었으니 불안하고, 또한 납치된 아이를 추적하는 부녀간의 애증의 갈등관계가 불안하니 긴장타고 조여지는 맛이 있어야 넘쳐야하는데 론 하워드는 마치 약수터 다녀온 뒷방 늙은이가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하나 급할 것이 없다는 태평스러운 태도로만 일관한다. 마찬가지로 납치 사건을 소재로 다루었던 감독의 전작 ‘랜섬’에서 막판까지 숨가쁘게 이어지던 밀고 당기는 팽팽함과는 좋은 비교가 된다.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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