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2: 더 라이즈 오브 구루 (Minions 2: The Rise of Gru) B평
낙농콩단

미니언즈 2: 더 라이즈 오브 구루 (Minions 2: The Rise of Gru) B평

by 김영준 (James Kim)

  벨로! (Bello!) 꼬모 에스타스? 에헴! 바빠빠 바빠빠 바빠빠빠빠빠. 빠빠빠빠-. 빠빠빠빠-. 빠빠빠. 뷰니버셜 빅쳐스? 아니야? 딸꾹. 아몰랑. 어쨌든 다스 이스트 엄… 시퀄인데 프리퀄. 어 스토리 오브 꼼데 가르송 구루. 보스? 미니 보스! 빠스타, 뻬르 빠보레. 바나나? 바나나! 보오스? 미니 보오스! 곤방와! 바빠이!


  유니버셜과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는 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프랜차이즈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한 번쯤 재고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당연히 ‘디스피커블 미 (크리스 레너드와 피에르 코팽, 2010)’의 흥행이 속편 제작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2편이 성공했으니 3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성공을 미니언즈 중심의 스핀오프로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딱히 박수는 못치겠지만 아주 잘못되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는 아무 이의가 없다. 이의가 있을 이유도 없다. 더구나 ‘디스피커블 미’의 속편들은 놀라울 정도로 준수하게 첫 편의 주제를 이어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맙소사! 속편이 아버지의 이름을 잊고 전작의 핵심 주제를 망각하여 강아지판을 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그리고 미니언즈 스핀오프? 세상 어느 영화사라도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지나친 남발은 경계할 문제다. 2024년 개봉을 목표로 ‘디스피커블 미 4’가 준비중이라고 한다. 언젠가 또 다른 미니언즈 속편이 또 나오리라는 법도 없다. 그 동안은 뚜렷한 누수 현상이 없이 꽤 선방하고 있었지만 급기야 오리지널과 스핀오프의 크로스오버까지 꺼내든 프랜차이즈의 다섯 번째 작품 ‘미니언즈 2: 라이즈 오브 구루 (카일 발다, 2022)’는 이미 상당한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온 천지에 레드 라이트다. 먼저 구루의 유년기를 다루는 이 스토리를 독립된 미니언즈 이야기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디스피커블 미: 제로’으로 보아야 하는지부터 난감하다. 단순히 꼬인 족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열한 살 어린 구루와 귀여운 핸치맨들의 첫 만남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아주 형편없는 것은 아닌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제까지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문제를 낳는다. 돌이켜보면 이 프랜차이즈의 주제는 좌충우돌 슈퍼빌런 성장기가 아니다. 슈퍼빌런이 되고 싶어 하지만 사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가 어쩔 수 없이 고아 소녀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서서히 변화해 가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제목이 곧 내용이다). 그것이 진정 이 프랜차이즈를 훌륭하게 만드는 원천이었다. 어린 구루의 등장은 이제까지 쌓아온 이 내러티브를 헐겁게 만들 리스크가 큰 선택이다. 구루가 이미 너무 악해도 문제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다. 따라서 정말 세심한 설계가 필요해 보이는데 일단 플롯부터 너무 엉성하다. 개봉시마다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연속 홈런에 도취되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1976년의 디스코 피버를 무대로 삼은 것 역시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타겟 관객층에 대한 설정 실패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심심한 플롯은 어른 관객 눈높이에 맞지 않고 40년 전 문화적 현상에 바탕한 겉핡기식 세팅은 어린이 관객에게 어려울 수 있다.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만족할 수 있었던 최전성기 픽사 스튜디오의 걸작들이 얼마나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 한 번쯤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한때 무서운 언더독이었던 일루미네이션은 이제 다른 스튜디오들이 저질렀던 패착을 반복하고 있다. 끝없는 속편의 블랙홀에 창의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슈렉이 그랬던 것처럼) 미니언은 2010년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대중문화 아이콘이고 더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지금 같은 전략을 그대로 고수해서는 머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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