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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라 조이 <Linger Awhile>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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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보컬 재즈는 사람의 목소리를 하나의 (훌륭한) 악기로 간주하는 개념으로 정립되고 발전되어 왔다. 지금 분명 이 장르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여 있지만 궁극의 보컬리스트를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약지라고 할 수 있는 본연의 속성으로 인해 명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때 시장이 줄어들고 인재 풀도 급격하게 감소하여 제인 몬하이트, 에밀리-클레어 발로우, 그리고 노라 존스 정도가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겠냐는 푸념도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 또 버텨서 세실 맥로인 살번트 (마이애미, 1989년생), 제지미아 혼 (텍사스, 1991년생), 그리고 베로니카 스위프트 (버지니아, 1994년생)이 나왔다. 정말 그 다음은 힘들겠지 싶은데 어김없이 또 누군가 툭 튀어나왔다. 바로 뉴욕 브롱스 출신의 사마라 조이다. 

 

  조이가 1999년생인 관계로 그녀의 다시 부르기는 거의 한 세기 전에 등장한 명곡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데뷔앨범의 ‘Stardust (호아기 카마이클, 1927)’이 처음 녹음된 해는 1927년 아니면 1928년으로 알려져 있으니 절대적인 녹음 간격을 셈하자면 정말 백년에 가까워진다. 이쯤 되면 부모의 음악 취향과 감식안에 영향을 받아 재즈에 입문한 세대의 경우와도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조이에게는 음악가 내력의 가족이 있기는 했지만 재즈로 한정할만한 배경은 아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재즈밴드 활동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곧이어 뉴욕주립대 재즈 프로그램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사라 본 인터내셔널 재즈 보컬 컴페티션에서 수상을 한다. 그리고 스무 살의 나이에 데뷔 앨범 <Samara Joy>를 녹음하였는데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놀라운 미래를 예고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벌브 레코즈와 계약하고 2022년 두 번째 앨범 <Linger Awhile>을 발표한다.

 

  특이하게도 이 앨범의 훌륭한 순간은 명곡의 생명력을 빌어오는 지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스탠다드의 지위를 얻지 못한 곡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가령 장르 역사에 있어 마일스톤과도 다름없는 ‘'Round Midnight (텔로니어스 몽크, 1943)’이나 역사상 가장 완벽한 발라드 ‘Someone to Watch over Me (조지 거쉬인 & 이라 거쉬인, 1926)’의 경우 그녀의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역사적인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조금 머뭇거려지는 감이 없지 않다. 엘라 피츠제럴드과 사라 본 등의 완벽에 가까운 레퍼런스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주곡으로만 400회에 노래로만 300회 이상 리메이크된 ‘Misty (에롤 가너, 1954)’도 마찬가지. 한 번이라도 녹음하지 않은 가수를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는 이 곡은 최상급 보컬리스트들이 모두 자신만의 버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얼마나 빛나는지 가늠하기가 아무래도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석을 벗어난 초반부의 몇몇 선곡에서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스탠다드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곡들, 상대적으로 드물게 녹음되었던 곡들, 혹은 활동 시기가 맞지 않아 세기의 디바들과 연결 고리가 없는 곡들에서 놀라운 마법이 벌어진다. 에이 리스트로 간주되지 않았던 이 곡들을 순간적으로 에이 리스트에 근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Sweet Pumpkin (로넬 브라이트, 1959)’을 완전히 다른 아우라의 곡으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힘이 그렇다. 낸시 윌슨의 시그니쳐 송으로 꼽히지만 의외로 많이 리메이크 되지는 않았던 ‘Guess Who I Saw Today? (머레이 그랜드 & 엘리제 보이드)’ 역시 순간 최고의 클래식 중 하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보컬리스트로 그녀가 지닌 진정한 잠재력의 크기도 결국 여기에서 드러난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데뷔 앨범에서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 훨씬 더 선명해졌다. 이러한 결과는 그녀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조이는 이 앨범으로 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과 베스트 재즈 보컬 앨범 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11월)

*2023년 2월 7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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