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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로저스 <Water & Bridges> B평

불규칙 바운드/음악과 B평

Written by Y. J. Kim    Published in 2009.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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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 로저스의 2006년 신보 <Water & Bridges>는 빌보드 앨범차트 14위까지 올라갔다. 컨트리 차트에선 5위다. 처음으로 커트된 싱글 ‘I Can't Unlove You’가 컨트리 차트 17위까지 올라갔고 비교적 오랜 시간 50위 안에 머물렀지만 앨범은 채 50만장이 나가지 않았다. 언뜻 별 의미 없는 기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가 1938년에 태어나 1958년에 데뷔한 일흔살 할아버지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데뷔 50주년을 기념해야 할 마당에 내쉬빌 레코드와 계약하고 오롯이 신곡으로 채워진 서른두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내용의 면면 또한 결코 지지부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정도일 ‘I Can't Unlove You’는 그의 본령인 컨트리 팝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과거와 다름 없는 부드러우면서도 박력있는 보컬을 자랑한다. 어쩌면 목소리만큼은 전성기보다 더 젊어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인류가 멸망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새롭게 지구를 지배하게 된 생물들이 퇴적층 아래에서 그의 박스 세트를 찾아낸다면 이번 앨범의 곡들이 'Lucille (1977)''Coward of the County (1979)', 그리고 'Lady (1980)' 보다 거의 30여년이나 늦게 나온 음악임을 아마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이 앨범은 CMA(Country Music Association, 종합자산관리계좌 아님)에서 2007년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이렇듯 여전히 그는 엄연한 현역 가수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 걸러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 투어로 변함없는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통산 1억2천만장의 레코드 세일즈 기록을 가지고 있는 레전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현재 서른세번째 앨범을 녹음 중이다. 2008년 10월,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새 앨범에 포함될 ‘I'm Still Here’라는 곡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 곡은 최근에 읽은 한 책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입니다. (아마도 존 자이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의미하는 듯 하다)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고요. 그 옛날 딸은 미숙아로 태어났답니다. 집중 치료실에서 딸의 작은 손가락을 잡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I'm Still Here, I'm Still Here.” 세월이 흘러 딸은 자라고 노인이 된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립니다. 늙고 병든 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딸은 이렇게 말합니다. “I'm Still Here.”


  음악은 감동(touch)이라는 것이 평생을 걸쳐 지켜온 노장의 지론. 그저 음악으로 터치(touch) 폰이나 광고하기에 바쁜 음악인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


  케니 로저스가 남긴 유산은 비단 고향인 미국이나 (컨트리 싱어로는 드물게 인기 몰이를 했던) 영국에 국한되어 머물지 않는다. 실명을 밝히긴 껄그럽지만 우리나라의 어느 유명 작곡가가 케니 할아버지의 불후의 명곡 ‘She Believes in Me (1979, 빌보드 5위)’‘Through the Years (1982, 빌보드 13위)’등을 짜깁기한 발라드만 대략 이십여곡 양산하여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여러 가수에게 골고루 배포하면서 한 시절 곡값을 벌었던 것을 기억하자면 분명 그렇다. 그를 꼭 꼬집어 흉보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할아버지가 세기의 명가수라는 이야기다.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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