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와 개구리
낙농콩단

올챙이와 개구리

by 김영준 (James Kim)

  개구리는 올챙이를 못살게 군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못 마땅하다. 자기가 개구리가 되었을 때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었을 때, 개구리는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개구리가 된 옛날의 올챙이는 새로운 올챙이를 또 못살게 군다. 모두들 그렇고 있다.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선배는 후배를 괴롭힌다. 시간이 흘러 후배가 선배가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새로 들어온 후배를 괴롭힌다. 선임은 후임을 갈군다. 시간이 흘러 후임이 선임이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새로 들어온 후임을 갈군다. 상사는 부하 직원을 부려 먹는다. 시간이 흘러 부려 직원이 상사가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새로 들어온 부하 직원을 부려 먹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호되게 시집살이 시킨다. 세월이 흘러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호되게 시집살이 시킨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무시한다. 시간이 흘러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었을 때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엄연한 차이'를 역설한다. 돈다. 세상은 돌고 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돌고 돌아서는 무릇 세상에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한때 생각하던 올챙이가 있었으나, 얼마 전 개구리가 되자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또다시 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아주 지겹도록 돌아가고 있다.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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